사진 = 모건스탠리
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했던 모건스탠리가 이번에는 미국발(發) 관세 우려를 ’빙산’에 비유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아시아는 최근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 - The Iceberg Looms)’ 보고서를 발간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실제 관세 영향은 빙산과 유사하다"며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닝 시즌은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의 위험이 수면 아래에 숨어 있고 아직도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건스탠리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은 그간 다소 오락하락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경 ’반도체 업황 피크를 준비하라(Preparing for a peak)’는 보고서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D램 업황이 지난해 4분기(10~12월) 고점을 찍은 뒤 2026년까지 공급 과잉에 시달릴 것이며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에서는 SK하이닉스 (KS:000660)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가량 낮춰잡았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9월 ’더 높은 자본 지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 대해 "엔비디아 (NASDAQ:NVDA)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의 수요 급증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호평했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보고서에 상반된 내용을 담았다는 해석과 ’평가가 다소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올해 3월 ’계곡 너머를 바라보며(Looking beyond the valley)’라는 제목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분석 리포트를 내고, 앞으로도 변동성이 있겠지만 낸드 감산 효과와 함께 D램 현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았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에 대해선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가를 종전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했다. SK하이닉스 목표가도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이후 두달이 채 안된 시점에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 - The Iceberg Looms)’라는 보고서를 내며 기존 전망을 뒤집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번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 - The Iceberg Looms)’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숀킴(Shawn Kim)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가 대표 집필했다. 보고서는 PC 교체 수요 지연과 중국 시장 소비 심리 악화를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HBM의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을 전망하면서 이는 미국 수출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 등이 인공지능(AI) GPU 출하량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이같은 전망과 달리 이달 24일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관세 충격 여파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일부 국가 간 상호관세 조치가 유예됐지만,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현시점에선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 아시아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를 예상하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53% 하향 조정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시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HBM은 칩 패키징 용량 성장 둔화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도 ’톱픽’(Top Pick)으로 제시했다. 그 이유로 삼성전자가 침체기에 방어력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현재 1배 미만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