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 3종을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부양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오는 23일 부터 정책금리 3종(예금금리·기준금리·한계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는 연 2.50%에서 2.25%로, 기준금리는 연 2.65%에서 2.40%로, 한계대출금리는 연 2.90%에서 2.65%로 낮아진다.
앞서 ECB는 지난해 6월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작년 9월부터 이날까지 6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예금금리는 지난해 6월 4.00%에서 10개월 만에 1.75%포인트 감소하게 됐다.
이번 금리 인하의 결정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갈등이 유로존의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이날 “무역긴장 고조로 유로존 성장 전망이 악화됐다”며 “증가하는 불확실성이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무역긴장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과 변동성은 금융 여건을 긴축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경제 전망은 예외적 불확실성으로 어둡다”며 “국제 무역 차질과 금융시장의 긴장감,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를 누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 신중해져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며 “세계 무역 긴장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수출을 약화하게 해 유로존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크고, 이는 투자와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금리인하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 정책이 단기간에 여러번 바뀌며 예상보다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상호관세와 불확실성, 금융환경으로 인한 경제성장 타격은 ECB 예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오는 6월 예금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하고 내년 연말 까지 2.00%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재 데이터에 의존하기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기”라며 “우리는 목표 달성에 적합한 기준에 따라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충격의 성격과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ECB의 금리 인하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그간 금리 인하 필요성이 없다며 매파적(hawkish)인 태도를 고수해온 로버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리 인하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며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50bp 인하에 찬성하는 의견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