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현지 제약사가 관세 부과는 의약품 부족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바이오사들은 현지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 파트너사를 물색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 등 외신에 따르면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존슨(J&J)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의약품에 관세가 0원인 이유가 있다”며 “관세가 공급망에 혼란을 일으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J는 올해 관세 관련 비용이 4억달러(56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의약품 관세는 부과되지 않았지만 이 비용은 수술용 로봇과 같은 의료기기나 수술 제품을 제조하는 사내 기술 부서에서 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존슨앤존슨 사옥이 위치해 있다. 사진=셔터스톡
조셉 월크 J&J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대중국 관세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라고 말했다.
두아토는 “미국에서 제약과 의료기술을 제조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세가 아니라 조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미국은 1994년 WTO 무역 협정에 따라 협정을 위반한 의약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들이 더 많은 국가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면세 혜택을 준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는 조사와 관세 부과 결정을 서두르겠단 입장이다.
의약품 관세가 결정되면 국내 바이오 회사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수출하고 있는 업체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판매 전략임에도 가격 인상을 고려할 있을 수 있다.
국내 바이오사의 관세 대응책에 대해 17일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각 기업의 유럽이나 미국 (공장)증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미국 내 위탁개발생산(CDMO) 설비 확충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재고 물량을 미리 쌓아두고 있다”면서도 “가격 경쟁 심화가 예상돼 향후 판매 전략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