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원하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내년 1월 충북 청주에 ‘일환경건강센터’(사진)를 설립한다. SK하이닉스 협력회사뿐만 아니라 지역 영세 업체의 직업병 문제 및 산업 재해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민간 기업이 자사 직원이 아닌 협력사와 지역사회 영세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환경(SHE) 시설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건강센터 설립은 회사의 위기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낸 사례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반도체 직업병 이슈가 불거지면서 근무 환경과 근로자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지원보상위원회를 발족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밖까지 시선을 넓혔다. 대기업에서는 SHE 조직이 필수적이지만, 중소·영세 업체들은 SHE 전문 조직을 두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관련 인재도 부족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6월 SHE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350억원을 출연해 숲과나눔이란 재단법인을 세운 이유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인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숲과나눔 재단 초대 이사장도 맡았다. 그는 일환경건강센터를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활동이든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직업환경전문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산업위생사,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들이 협력사 임직원, 소규모 영세 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1 대 1 건강 상담, 산업재해 상담, 회사 차원의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지원한다. 근로자는 자신의 질병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상담하거나 복잡한 산업 재해 신청 절차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방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협력사 및 지역 영세 사업장을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산재와 직업병 예방을 위한 교육을 통해 관련 사고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장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지난 몇 년간 ‘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며 큰 갈등 비용을 초래했다”며 “SK하이닉스는 단순히 피해자에게 지원·보상을 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 부족한 SHE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협력사와 영세 업체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업계가 기술적으로만 1위가 아니라 안전·보건 등의 분야에서도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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