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내 처음으로 입점한 루이싱 커피.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 자금성 1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대항마". "역사상 가장 빨리 유니콘이 된 기업".2017년 여성 창업자인 첸즈야(錢治亞)가 만든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 커피(瑞幸咖啡)'는 중국 커피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해 10월 베이징에 1호점을 낸 루이싱 커피는 반년 만에 중국 내 매장 500개를 열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지난 1월 기준으로는 매장이 4900까지 늘었습니다. 하루 평균 7개 매장을 낸 셈입니다. 루이싱 커피는 창업 2년 만에 미국 나스닥(2019년 5월)에 입성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커피시장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1년 사이에 15억달러(약 1조6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실제 루이싱 커피의 기세는 20년 간 중국 커피 시장을 주름잡았던 스타벅스를 위협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초반부터 경쟁 상대를 스타벅스로 지목하고 '30분 이내 배송 서비스', '90% 할인 쿠폰 지급', '어플 주문 서비스' 등을 시행하며 대규모 마케팅과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스타벅스를 견제했습니다. 루이싱 커피의 이 같은 압박에 콧대 높았던 스타벅스는 2018년 11월 세계 최초로 중국에서만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자금성 내 처음으로 입점한 루이싱 커피.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의 민낯…회계부정에 美증시서 '시총 6조' 증발그러나 루이싱 커피는 반전을 맞았습니다. 느닷없이 회계 부정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2일 루이싱 커피는 미국 증시 개장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류지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임직원들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출 22억위안(약 3800억원)을 부풀리고, 이에 따른 지출과 비용도 조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루이싱 커피가 회계부정을 고백한 당일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75.57% 수직 낙하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15.94% 폭락했습니다. 이 사태로 순식간에 시가총액 6조원 이상이 증발했습니다. 결국 지난 6월 루이싱 커피는 상장 폐지의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증권위원회(SEC)는 루이싱 커피에 지난해 매출과 순손실을 분식회계한 혐의로 1억8000만달러(한화 1967억)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SEC는 루이싱커피가 "2019년 공시된 재무제표에서 고의적으로 수익과 매출을 과대평가하고 순손실을 과소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는데요. 이로 인해 미국 안팎에서 중국 기업 회계 부정에 대한 시각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미국 정부 역시 이를 계기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부 ./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도 '차이나포비아'…차이나하오란·중국원양자원 퇴출행렬루이싱 커피 사태를 보면 데자뷰 현상이 일어납니다. 과거 차이나하오란, 중국원양자원, 중국고섬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분식 회계와 허위 공시 등 이유로 상장 폐지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소액 주주들은 대거 손실을 입었는데요.
폐지 재활용 전문 기업인 중국 차이나하오란은 2010년 한국 증시에 상장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전문업체 맥도날드의 포장지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허위·늑장 공시를 일삼았고, 2017년 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결국 2019년 1월 상장 폐지됐습니다. 차이나하오란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약 726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원양자원은 원양어업 기업으로 2009년 5월 코스피에 입성했습니다. 당시 중국 고급 식당과 호텔에 어류를 잡아 공급하는 업체로 중국의 중산층 소비 확대 분위기를 타고 높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허위공시와 불투명한 회계 문제 등으로 2016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거절 의견을 받은뒤 이듬해 3월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결국 그해 9월 중국원양자원은 감사의견거절로 상장 폐지됐습니다. 투자자 추정 손해액은 789억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2013년 10월 상장폐지된 중국고섬은 728억원, 성융광전투자는 2012년 9월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돼 국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습니다. 지난 10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상장시킨 해외 기업 39개 중 36%(14개)가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장폐지된 기업 대부분(12개)이 중국 기업이라고 합니다. 증시에 퇴출된 원인은 주로 회계 불투명과 같은 재무적 문제였습니다. 중국 당대회. 사진=바이두 캡처
쇄신하는 中…상장기업 제도보완·위법행위 처벌 강화중국 안팎에서 중국 기업의 회계부정 사태가 파장을 일으키자 중국 정부도 규제 카드를 들고 대대적으로 쇄신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 7월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제36차 회의에서 증시 위법행위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고 자본시장의 대형 범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중국 내부적으로도 캉메이 약업(康美藥業)과 캉더(康得) 신복합재료 집단 등의 기업에서 사기 부정행위가 들통나면서 주식시장 불법행위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졌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루이싱 커피 회계 부정 사태가 국내외 안팎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 9월 중국은 상장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상장기업의 질을 재고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원은 상장기업 관리제도규칙을 보완해 지배주주와 주주, 이사 등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업 공시의 투명성과 구체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또 시장 조작, 내부자 거래 등 위법 행위 처벌 수위와 벌금 등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자금은 중국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중국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을 다시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정치적 리스크와 규제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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