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90일간 협상하기로 한 뒤 첫 공식 접촉이다. 미·중 무역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돌파구 없이 장기화할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내가 깊이 참여하고 있고 최고위 협상이 잘 되고 있다”며 긴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근본적인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애플 기술을 빼내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지재권과 관련해 “중국이 변화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시간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중국을 겨냥한 ‘주요 기술 보안실’을 백악관에 설치하려는 움직임까지 가시화됐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중국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초당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이런 전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을 향해 몇 차례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적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했다. 미국산 콩을 구매하고 미국산 차량과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도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제조 2025’ 등 핵심 국가발전 전략에 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주 논평에서 “핵심 국가이익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영문판에서 “최근 애플의 실적 악화는 무역전쟁이 미국에 더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미·중이 잠정적인 수준에서라도 합의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중 협상에 인위적인 시한은 없다”며 유연한 태도를 나타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주석이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무역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중 고위 관료들이 WEF에서 ‘사이드라인 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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