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가 보유한 달러예금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부터 달러가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모으려는 움직임이 약화된 결과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9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거주자(개인·기업)의 달러화예금(달러예금) 잔액은 734억7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31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을 말한다. 달러예금 잔액은 6월 말(734억6000만달러), 7월 말(762억2000만달러), 8월 말(765억9000만달러)에 석 달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달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의 달러예금이 573억8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34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 개인은 160억9000만달러로 3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원자재 등 수입품을 사들이기 위한 결제용 달러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줄었다”며 "증권사가 해외파생상품을 사들이기 위해 거래 증거금을 납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달러약세에 대비한 움직임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대선으로 공약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 등의 여파로 내년 말까지 달러가치가 35%가량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달러가치 하락 우려로 원·달러 환율도 내려가(원화 가치는 상승) 지난달 4일 1189원60전에서 현재는 1130원 선을 맴돌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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