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로이터)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례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석유시장 수급 균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우 느리고 산발적인 균형 회복과 균형이 과연 실제로 회복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혼재된 신호들 때문에 IEA뿐 아니라 상당수 원유트레이더, 애널리스트, 투자자들도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앤디 홀은 "석유시장의 중기적 전망은 부정적이며, 2018년에 균형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최근 수주 간 약화됐다"고 밝혔다.
석유시장이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컴퓨터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확산돼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거래 전략을 짜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유가를 1년 전과 비교하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익월물 가격은 현재 배럴당 47달러87센트로 지난해 8월 16일에 거래된 46달러58센트에서 거의 변함이 없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1년 전과 거의 동일하다. 브렌트유 익월물은 현재 배럴당 51달러24센트로 전년 동월에 비해 겨우 2달러, 4% 높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수많은 장관급 회의와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고 모니터링 그룹을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지난해 수준에서 제자리인 것이다. 석유시장에 대해 수많은 분석과 전망이 제시됐지만, 뚜렷한 추세 없는 시장에서 유가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허를 찔렸다.
현재 헤지펀드들은 1년 전에 비해 균형 회복에 대해 더욱 긍정적 전망을 보이고 있지만, 부정적 전망도 상당하다.
현재 헤지펀드들이 원유, 휘발유, 난방석유 선물과 옵션에 대해 취한 매수포지션은 7억7700만배럴로 지난해 8월 중순의 5억1600만배럴에서 증가했다.
◆ 스프레드 축소
하지만 한 가지 측면에서만큼은 석유시장이 뚜렷하고 강력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근월물과 원월물 간 가격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WTI 9월물 가격은 2018년 3월물 가격에 비해 배럴당 77센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물 가격이 올해 3월물 가격에 비해 3달러47센트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스프레드가 매우 좁아진 것이다.
브렌트유 10월 가격은 2018년 4월물 가격보다 9센트 낮다. 역시 지난해 동일물 격차인 2달러5센트에 비해 스프레드가 매우 좁아졌다.
근월물과 원월물 간 가격 격차는 2015년 1월부터 틀림없이 축소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꾸준히 좁아졌다.
스프레드는 수급 균형 및 재고 변화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당수 트레이더와 학계 전문가들은 스프레드가 현물가격보다 수급 균형과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고 있다.
스프레드는 재고 변화에 대비한 헤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경험이 많은 트레이더들이 수급 균형의 변화를 전망할 때 많이 참고하는 부분이다.
◆ 스프레드 사이클
지난 30년 간 석유시장을 살펴보면 근월물 거래가격이 원월물보다 낮은 콘탱고(Contango)와 근월물 거래가격이 원월물보다 비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을 오가는 사이클은 공급 부족 및 과잉을 오가는 사이클과 거의 정확히 맞물렸다.
백워데이션에서 콘탱고로 전환될 때 유가가 급락하고, 콘탱고에서 백워데이션으로 돌아갈 때 수급 균형이 회복됐다.
1997~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4~2015년 미국 셰일유 산업 붕괴 당시 모두 석유시장 스프레드 사이클이 맞물려 발생했다.
따라서 현재 스프레드가 좁아진다는 것은 석유시장 수급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석유시장은 이미 콘탱고에서 중립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전환됐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향후 1년 간 점진적으로 백워데이션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 펀더멘털 사이클
콘탱고와 백워데이션 사이클은 수요와 균형이라는 펀더멘털 사이클과 강력히 맞물려 있다.
석유시장은 언제나 매우 깊은 사이클을 겪어 왔다. 이는 일시적이거나 일탈적 현상이 아니다. 1860년대부터 공급 과잉과 저유가 시기는 언제나 다시 공급 부족과 고유가 시기로 이어졌다.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석유 수요가 강력히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수요도 장기 평균을 웃도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IEA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량이 일일 150만배럴, 내년에는 140만배럴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산유량은 올해 일일 80만배럴, 내년에 100만배럴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캐나다와 브라질 등 OPEC 비회원국의 산유량도 늘고 있다. 대부분 2014년 유가가 급락하기 전에 승인된 투자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비OPEC, 비셰일유 프로젝트의 송유관은 말라가고 있다. 2014년 이후 투자 계획이 철회되거나 보류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석유 산업의 잉여 생산능력은 줄었고 내년에는 일일 150만배럴 밑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석유재고는 5년 평균치를 한참 웃돌고 있지만, 강력한 석유 소비 증가세에 비하면 5년 평균치는 너무 낮은 기대치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은 1999~2000년, 2007~2008년, 2013~2014년에 이어 2018~2019년에 또다시 백워데이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본 칼럼은 존 켐프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