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의 ‘가격인상’ 승부수…SK하이닉스와 8년 동맹 깨질까

입력: 2025- 04- 18- 오후 01:40
한미반도체의 ‘가격인상’ 승부수…SK하이닉스와 8년 동맹 깨질까

한미반도체 사옥 전경. 사진=한미반도체

8년간 이어온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 ‘끈끈한 동맹’에 균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 핵심 장비인 ‘열압착 본딩 장비(TC본더)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지난달 한화세미텍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TC본더 공급망 이원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가 장악하던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BM 시장 경쟁 과열…공급망 다변화 시도

한미반도체 TC본더. 사진=한미반도체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 제작에 핵심 장비로 꼽힌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HBM용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덕분에 한미반도체 작년 영업이익은 2554억원으로 1년 만에 639%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이를 기반으로 HBM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SK하이닉스가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양 사간의 기류도 변하기 시작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한화세미텍과 420억원 규모의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 사진=한화세미텍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조 공정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다.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액 중 약 60%는 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한화세미텍도 추가 수주를 이어간다면 한미반도체에도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달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ASMPT도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NASDAQ:MU) 등 전 세계 고객사를 보유한 한미반도체는 45년의 업력과 120여건에 달하는 HBM용 장비 특허 그리고 세계 최대의 HBM TC본더 생산캐파를 바탕으로 한다”며 “2025년 TC 본더 300대 이상의 출하를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신경전도 계속 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작년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2021년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한미반도체 반격…‘HBM 동맹’ 이어갈까

SK하이닉스 (KS:000660)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2억달러(약 26조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467억달러(67조9000억원)로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TC본더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반도체도 최근 미국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과 손잡고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판로를 다각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올 1분기 매출 중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한미반도체는 이에 대해 “해외 고객사의 매출 비중 증가는 지난해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북미 메모리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수주가 대폭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폭발적인 HBM 수요 증가에 따라 해외 주요 고객사가 캐파(생산능력)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TC본더 발주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중”이라며 “회사는 세계 최대 HBM TC본더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올해 견고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회복 시그널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한미반도체가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에도 일명 ‘을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에 TC본더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인상폭은 20~30% 수준으로 전해졌다.

HBM 생산 라인에 배치한 자사 유지 보수 인력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9월 고객사 요청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 전담 A/S팀을 창설한 바 있다. 해당 팀은 창설 당시 40명 이상으로 구성됐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미반도체 측은 “협력사와 고객사에 관련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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