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 품질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가운데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추진 선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했다.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이 선박의 가격은 6000만달러였다. 높은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석유를 연료로 하는 동종 선박(평균 4350만달러)보다 약 38% 비싸다. 업계에서는 이때부터 LNG 추진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평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7월 인도한 11만4000t급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원유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LNG 추진선은 가격이 비싸지만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전망이다. 2020년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 때문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전 세계에서 항해하는 모든 선박(400t급 이상)은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에 대비하는 선사들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탈황장치인 스크러버 설치, 저유황유 사용, LNG 추진선 발주 등이다. 스크러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설명한다. 저유황유는 수급이 불안정한 데다 가격이 비싸다. 반면 LNG선은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가격도 저렴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2025년 한 단계 더 높은 환경 규제가 시행되면 LNG 추진선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에서 최근 발표한 ‘해사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선주사 10곳 가운데 4곳(44%)은 신규 발주 때 LNG 추진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선급회사인 영국 로이드 선급도 2025년까지 최대 1962척의 LNG 추진선이 건조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에이치라인 해운으로부터 18만t급 LNG 추진 벌크선 2척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초로 발주된 LNG 추진 대형 벌크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원유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LNG 추진 선박을 세계 최초로 수주했다”며 “세계적으로 LNG 추진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까지 11만4000t급 원유운반선 9척,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 18만t급 벌크선 2척, 5만t급 소형 벌크선 1척 등 총 18척, 16억달러 규모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LNG 추진선 수주 실적이다.
올해 초부터는 부산, 일본 도쿄, 홍콩, 싱가포르, 영국 런던 등 세계 각지에서 LNG 추진선 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올해에만 11척, 12억달러 규모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7월에는 11만4000t급 LNG 추진 원유운반선을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에 인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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