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28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1위) 홍콩(2위) 중국(14위) 등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22위) 태국(25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부진한 경제 성과와 정부 효율성, 기업 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MD는 63개국을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네 가지 분야에 걸쳐 평가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3위였던 싱가포르가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 1위였던 미국은 3위로 떨어졌다. 홍콩은 전년과 동일하게 2위를 기록했다. 스위스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각각 4, 5위였다.
한국의 순위는 2011~2013년 22위였다가 2016~2017년 29위로 하락했다. 지난해에 27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가 올해 다시 한 단계 떨어졌다. IMD가 평가한 아시아 국가는 총 16개국인데,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그중 10위였다. 지난해 30위였던 태국은 순위가 다섯 단계 상승하며 한국을 앞질렀고, 작년 39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순위가 무려 13단계 뛰며 26위에 올랐다.
IMD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으로 저조한 경제 성과를 꼽았다. 경제 성과 순위는 작년 20위에서 올해 27위로 7계단 하락했다. 경제 성과 평가 항목은 국내 경제, 국제 무역, 국제 투자, 고용, 물가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경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경기 회복력 등을 종합한 것인데, 순위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16위까지 밀렸다.
국제무역 부문 순위는 35위에서 45위로 떨어졌다. 미·중 통상갈등,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 순위는 6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국제투자 순위는 35위에서 30위로 상승했고, 물가 순위도 54위에서 53위로 한 단계 올랐다.
정부 효율성 순위는 29위에서 두 단계 하락해 31위를 기록했다. 평가 항목은 재정, 조세정책, 제도적 여건, 기업 관련 규제, 사회적 여건 등으로 구성된다. 재정 순위는 정부 부채 규모가 증가해 23위에서 27위로 떨어졌고, 기업 관련 규제 순위도 47위에서 50위로 세 단계 낮아졌다. 특히 외국인 고용 제한 등을 평가하는 노동 개방성 부문은 61위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끝에서 세 번째였다.
정부 효율성 순위와 달리 기업 효율성 순위는 43위에서 34위로 뛰어올랐다. 기업가정신 순위가 55위에서 45위로 상승했고, 생산성도 39위에서 38위로 한 단계 올랐다.
인프라 순위는 18위에서 20위로 떨어졌다. 과학 인프라 순위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연구인력 확대 등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교육 부문 순위는 25위에서 30위로 떨어졌다. 대학 교육의 사회 수요 적합성 순위가 49위에서 55위까지 밀렸고, 외국어 능력 기업 수요 적합성 순위는 33위에서 44위로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던 기업 효율성 분야 순위는 상승했으나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인프라 등 3개 분야 순위는 하락했다”며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 경제 체질 개선, 포용성 강화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다음달 민관 합동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열어 IMD가 지적한 주요 지표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정부 경쟁력은 C, 기업은 A
이미지가 국가경쟁력이다
'노사관계·혁신적 사고·정부 규제'는 바닥…국가경쟁력 깎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