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 아파트에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소규모 재건축 단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건축 사업들이 표류 중인 가운데, 강남권 정비사업 물량은 희소해진 상황이다. 기존에는 자회사를 통해 규모가 작은 곳을 공략해 왔던 건설사들도 본사가 나서며 수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발주 '뚝'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 아파트 단지 내에는 롯데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당 단지는 2003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18여년 만인 지난달 26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986년 준공돼 올해로 36년 차를 맞이한 단지는 2개 동, 128가구 규모로 가로주택정비사업지다.
개포럭키는 가구 수가 100여 개에 불과한 소규모 아파트임에도 벌써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앞서 가구 수가 작은 '르엘대치'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으며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까운 개포동 아파트를 이어서 수주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까지 대형 건설사들은 소규모 재건축 수주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대단지 재건축 사업들이 수년째 표류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은 수주전도 발생하는 양상이다.
실제 2017년 이후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서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추진이 지지부진해진 상황에서 강남권은 '대어' 소식이 뜸해졌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우에도 2017년 각각 신반포15차, 대치2지구가 마지막이다.
반면 소규모 재건축 사업은 2017년 정부가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 특례법'을 공표한 뒤 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고 규제 완화를 적용하면서 작은 사업장들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대규모 공급이 끊기면서 주목도도 높아졌다. 롯데건설이 시공한 '르엘대치'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평균 212.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19년 기준 전국 최고 경쟁률이다.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 아파트에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소규모 재건축 '기웃'
개포럭키에 현수막을 내건 대우건설은 첫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존에 자회사인 '대우에스티'를 통해 규모가 작은 정비사업지를 수주해 왔지만, 최근 본사 차원에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이제껏 수주한 적이 없는데, 요즘 이를 포함한 소규모 재건축 시장이 활발해지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듯하다"면서 "어떤 사업장을 검토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우에스티뿐 아니라 본사 쪽에서도 추진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굵직한 건설사들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지난달 인천 용현3구역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첫 수주 했다. 이는 지하 5층~지상 38층, 3개 동, 총 34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2년 12월 착공해 2026년 2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로, 공사비는 약 856억원이다.
현대건설 또한 지난해 4월 장위11-2구역으로 가로주택사업을 수주한 뒤 올해 합정동 447 일원에서도 소식을 알렸다. 현재 한남시범 아파트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건설사의 규모 별로 수주하는 영역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면서 "최근 정비사업장의 발주 물량도 많지 않고, 가구 수가 일정 정도 되면 사업성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