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욕, 6월07일 (로이터) -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에서의 투자에 대해 근본적 검토에 착수하면서 영국과 그 외 유럽 지역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 유럽의 전반적인 경제 개선 추세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순탄치 않게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영국 제외 유럽'이 투자 클래스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역외 투자자들이 유럽 투자에 영국 주식을 포함시키지 않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영국은 유럽 투자의 중심에 서 있었다. 런던이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해 왔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EU 내 인구와 상품의 자유 이동 및 자유 무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불확실해지자 영국과 EU 금융시장이 각각 미묘하게 다른 색깔을 갖게 돼 영국은 당연히 유럽이라는 과거의 관념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톰슨로이터 산하 리퍼가 발표한 올해 상장지수편드(EFT)로의 자본유출입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같은 추세가 반영돼 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식을 추적하는 ETF로 가장 강력한 수요가 몰렸으며,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EZU(iShares MSCI Eurozone ETF)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3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주식을 추적하는 ETF에서는 자본이 유출됐다. 유럽 주식만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영국 주식을 배제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제외 유럽'은 새로운 투자 개념이 아니며, 관련 상품은 범유럽 상품에 비해 규모가 작다.
리퍼에 따르면, 범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1800개가 넘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2500억달러가 넘는다.
반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는 150개를 겨우 넘으며 관리 자산도 500억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과 유럽의 탈동조화가 눈에 띄게 심해졌다는 의미다.
◇ 펀더멘털 격차
지난 1년 간 브렉시트 직후 시장 움직임, 미국 대선 결과, 이탈리아 국민투표 등에 대한 사전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간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은 이제 펀더멘털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펀더멘털에 있어서 영국과 유럽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 이후 유로존의 정치 리스크는 완화된 반면, 영국에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던 조기총선 결과가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영국은 소비지출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EU의 소비지출은 공고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 영국, 일본처럼 될까?
영국은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요 시장이며, 유럽에서는 투자할 수 없는 대형 원자재 기업 리오틴토 RIO.N 나 로얄더치셸 RDSa.L , 식음료 부문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디아지오 DGE.L 나 유니레버 ULVR.L ,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HSBC HSBA.L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또한 유로존 기업들의 영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MSCI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존 대기업들은 매출의 10% 가량을 영국에서 거둔다. 투자자들이 영국 경제의 건전성을 열심히 모니터링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영국과 EU의 투자 판도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아시아의 전례를 살펴보면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VM자산관리의 콜린 맥리언 전무이사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아시아 내 일본처럼 차별화될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부이긴 하지만 독자적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타 아시아 국가들과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