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4월06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한 산유량 감축이 글로벌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형 상품 트레이더들은 감산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며 그간 과잉공급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었던 석유저장업체들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글렌코어( Glencore ) GLEN.L , 비톨(Vitol), 군보르 그룹(Gunvor Group) 등 세계적인 원유 거래업체들은 보유하던 저장업체 지분 일부를 매각했거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비톨은 지난해 11월 30일 OPEC 감산 합의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지분 매각에 합의했으며 비톨은 1월에 매각 합의를 완료했다.
상품 컨설팅업체 람베르의 장-프랑수아 람베르는 "유가 회복 및 원유시장 수급 균형 회복 전망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 거래를 위한 현금을 확보할 필요도 있는만큼 거래업체들이 저장업체 지분을 매각하기에 적기"라고 설명했다.
위 3개 거래업체와 머큐리아(Mercuria) 및 트라피규라(Trafigura) 등 세계 5대 원유 거래업체들은 OPEC이 올해 하반기까지 감산을 연장해 글로벌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고가 넘쳐나면 원유 근월물 거래가격이 원월물보다 낮은 콘탱고(Contango)가 지속돼 저장업체에 투자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차익을 남기고 저장된 원월물을 매도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14년 중반부터 지속됐다.
때때로 당월물 가격이 1개월물 가격보다 배럴당 1달러 이상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 원유 공급량이 넘쳐나면 거래업체들은 원유를 매입해 원월물로 판매한 후 저장해 놓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트라피규라의 벤 루코크 리스크팀장은 "콘탱고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하지만 이제 콘탱고가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유재고가 줄면 근월물 거래가격이 원월물보다 비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나타난다. 현 시점에서는 원월물 판매로 즉각 차익을 챙기기 힘들어 저장시설 사업의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일일 180만배럴 감산의 효과가 그다지 가시화되지 않았다.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시장 모멘텀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원유재고가 1월 말 이후 7200만배럴 줄었다.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재고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감소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앞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두란드캐피탈매니지먼트의 피에르 온드란드 석유트레이더는 지난주 CNBC에서 올해 여름 말까지 백워데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 선물시장은 2011년 초부터 2014년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백워데이션 상태로 유지됐다.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런던선물시장의 브렌트유 가격이 폭락하자 선물시장은 콘탱고로 전환됐다. 지난해 초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콘탱고 상황에서 수익을 챙기기 위해 비톨은 2015년 중반에 저장업체 VTTI의 지분 50%를 8억3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2016년 10월에는 이 지분을 11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OPEC 감산에도 불구하고 현재 석유 선물시장은 아직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1개월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6달러66센트까지 오르며 7개월물과의 가격 차이가 16센트로 좁혀져 백워데이션에 근접했다.
이후 두 선물 간 가격 차는 약 80센트로 다시 확대됐다. 감산에 동참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감산 기한을 연장해 유가를 끌어올리면 이러한 추세는 다시 역전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래업체들의 저장업체 지분 매각은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셰일유 생산량이 늘며 OPEC 감산에 따른 공급 감소분을 충당하고 있는 만큼 백워데이션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JBC 에너지의 데이비드 웨쉬는 "향후 수 개월 동안 백워데이션이 일시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 셰일유 공급량이 강력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편집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