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전략적 비축유의 절반을 판매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는 감산 기한 연장 및 규모 확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오후 4시34분 현재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LCOc1 은 0.67% 하락한 배럴당 53.5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물 CLc1 은 0.68% 내린 배럴당 50.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백악관은 2018년 예산안에서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전략적 비축유의 절반을 판매해 165억달러의 재정을 충당할 것이며, 알래스카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예산안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지만, 미국 정부가 에너지 생산을 적극 늘리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 돼 유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OPEC의 사실상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발표해 더욱 주목된다.
미국이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하면 글로벌 원유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에 일일 180만배럴 감산에 합의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오는 25일(현지시간) 감산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석유거래업체 스트롱페트롤리엄의 오이스타인 베렌트센 전무이사는 백악관의 예산안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전략적 비축유의 절반을 10년에 걸쳐 판매하게 되면 일일 평균 9만5000배럴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사우디가 주도하는 감산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판매는 10년에 걸친 계획이므로 만약 실행된다면 보다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 커브를 살펴보면 2018년 4월 배럴당 55.60달러로 올랐다가 2018년 말에는 53.75달러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규모는 약 6억8800만배럴로 세계 최대다. 이는 글로벌 석유 수요량을 1주일 간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가운데 유황 함유량이 많은 저(低)등급 원유(sour crude oil)가 60%를, 유황성분이 적은 고품질의 원유(sweet crude)가 40%를 차지한다고 에너지애스펙츠의 비렌드라 차우한이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OPEC과 러시아가 생산능력을 총동원하고 셰일유 생산도 억제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내년 말에 과잉공급이 다시 나타날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 수요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회원국들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로 지난해 4분기의 0.7%에서 크게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편집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