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5월29일 (로이터) -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홍콩이 주택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나서면서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규제를 받지 않는 유사 은행업(shadow banking)으로 몰리자 금융 부문 전반에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
18.5제곱미터(구 약 5.6평)도 채 안 되는 초소형 아파트 가격이 최대 50만 달러(한화 약 5억6,000만 원)에 달하는 홍콩의 집값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공급 부족과 저금리 및 중국 본토 투자자들로부터의 대규모 투자금 유입으로 인해 137% 이상 급등했다.
높은 집값은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도전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가 요원한 꿈인 금융 허브 홍콩에서 집값은 2014년 말 대규모 시위를 유발한 원인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미 일련의 세금과 규제 정책을 동원했고, 여기에 덧붙여 홍콩통화청이 2009년 이후 8차례에 걸쳐 모기지 금리를 인상했지만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반면 이러한 조치들이 은행 대출을 억제하자, 유사금융업체들이 이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고 있다. 부동산 업체인 센터라인(Centaline Property Agency)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2016년 신규 아파트 모기지 대출 시장에서 8.7%의 점유율을 올렸다. 이들이 2017년 준공 예정인 아파트들을 담보로 내준 대출 비중은 15.5%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홍콩 정부가 본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크게 올리는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홍콩 경제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 가격 폭락이 유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2017년 3월로 끝난 회계연도 중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 산업분야에서 거둔 수입은 직전년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분야의 세수는 정부 세수 분야 중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은행 외 대출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부동산 시장 심리가 큰 피해를 입게 될 위험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그곳 최대 비은행 대출회사인 홈캐피탈그룹(Home Capital Group)에서 최근 터진 문제들로 인해서 일부 부동산 구입자들이 토론토 거주용 부동산 시장에서 등을 돌렸다.
국경 넘어로 흘러들어오는 자본 통제는 홍콩 정부에게 상당한 도전이다. 풍부한 현금을 가진 중국인들은 작년 신축 주택의 약 21%를 구입했다.
이런 가운데 규제 강화로 주택 구입자들이 규제를 안 받는 유사금융업체들로 몰리는 현상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센터라인의 조사담당자인 왕 룽-싱은 "이것은 건전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이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때 유사금융회사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홍콩통화청이 그런 회사들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건전한 현상이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사금융업체들은 은행들보다 훨씬 더 후한, 아파트 가격의 최대 100%까지 빌려주고 있다.
이들이 상업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조정이 생겨서 은행들이 부동산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될 경우 유사금융업체들의 유동성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