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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화학 등, IT株 '실적 개선' 선봉

입력: 2020- 02- 10- 오전 12:53
© Reuters.

지난 2년은 국내 증시에 큰 고난이었다. 2018~2019년 유가증권시장 873개 종목 가운데 489개가 10% 넘게 하락했다. 10% 이상 오른 종목은 209개에 그쳤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터졌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구조적 변화로 인해 기존 굴뚝 산업의 침체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비록 1단계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화해의 손을 잡았고, 국내 경기도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 때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 실적 개선주다.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는 괄목할 만한 반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의 실적이 돌아서기 시작하는 지금이 턴어라운드주 투자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주 실적 개선 기대

첫 손에 꼽히는 업종은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정보기술(IT)주다. 반도체주의 턴어라운드는 이미 작년 말부터 예상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반 토막이 났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4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부터 주가가 20% 넘게 올랐지만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2분기께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한 윤곽이 더 명확해지면 2차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우신 파트너는 “2차전지주는 미국 테슬라 효과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 등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2차전지주의 주가 재평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0.1% 줄었지만 올해는 66.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도 올해 영업이익이 8626억원으로 작년(4622억원)의 두 배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락 파트너는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2차전지주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2~3년간 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천보,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 등을 미리 담아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도 업황 회복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세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영업손실이 1조3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올해는 2000억원 수준으로 적자 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냈고 디스플레이 시장의 치열한 가격 경쟁도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휴대폰 출하량이 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유한양행 등도 실적 개선

비(非)IT주도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크다. 정유업체 에쓰오일은 작년 영업이익이 4492억원으로 2014년 2897억원 적자를 낸 이후 가장 부진했다. 올해는 9761억원, 내년엔 1조2114억원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골이 깊을수록 회복 여력도 높다”며 “올해 에쓰오일의 반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탈(脫)원전 피해주인 한국전력도 작년 3000억원대 영업손실에서 올해 3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2016년부터 시작된 영업이익 감소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도 올해 50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조1208억원을 끝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해왔던 추세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이밖에 유한양행 영업이익이 작년 71.3% 감소에서 올해 3337.7% 증가로 예상되고 원익IPS(-50.8%→219.2%), 아이에스동서(-79.3%→161.4%), RFHIC(-32.5%→166.7%), 풍산(-61.7%→ 127.6%) 등도 올해 실적 개선 폭이 클 종목으로 꼽힌다. 한옥석 파트너는 “올해 국내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처럼 예상치 못한 악재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개선이 확실시되는 종목은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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