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분쟁 수위가 높아지면 위험이 예상보다 커질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30일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최근 국제금융시장 일각에선 내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거시지표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달 무역분쟁 확대를 전제로 내년 중국 성장률이 5.5%까지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올해 1~3분기 성장률 6.7%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6.2%)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은은 그러나 “중국의 재정 여력, 통화정책, 낮은 수출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경착륙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선 중국이 올해 경기 둔화 예방 차원에서 펼친 재정 확대, 대규모 감세, 인프라 개방 등 정책 효과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추가적인 정책 여력도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17년 기준 36.2%로 100%를 넘는 미국, 일본 등보다 크게 낮다.
한은은 또 중국의 낮은 수출 의존도와 큰 내수시장이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중국 수출 의존도는 19.8%로 영국(30.5%) 프랑스(30.9%) 독일(47.2%) 등 주요국보다 낮다.
다만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고 격화되면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큰 하방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잉 채무로 인한 지방정부 부채 부실화, 채권시장 채무불이행 증가 등 금융 위험도 확대될 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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