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안 속에 ‘나홀로 호황’을 이어온 미국 경제마저 이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3일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하자 한 트레이더가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한경DB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15일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성장 둔화와 고금리로 인해 향후 경기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불안 속에서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머지않아 미국마저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세는 10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고용지표만 봐도 △실업률 3.7% △신규 일자리 25만 개 증가 △시간당 임금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 등 탄탄한 흐름을 보여줬다. 고용 호조로 가계 소득이 늘어나자 소비지출도 8월 0.4%(전월 대비), 9월 0.3%, 10월 0.8% 등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4일 “미국 경제가 매우 좋으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힌 이유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 대해선 우려가 상당하다. 경기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가시화하고 있는 데다 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도 주택시장 등을 냉각시키고 있다. 최근엔 중국과 유럽, 일본 등의 경기가 줄줄이 둔화되며 미국 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올해 호황을 이끈 공신 중 하나는 기업의 설비투자였다. 올 1월 감세 시작과 함께 기업들은 투자를 늘렸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8.5%에 달했고 2분기에도 4.6%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 증가율은 0.4%로 뚝 꺾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분기부터 수입품에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자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무역정책에 따른 영향은 아직 커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관세 부과 상품이 많아지면 성장세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연 5%를 넘으면서 9월 기존주택 및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각각 3.4%, 5.5% 감소했다. 기존주택의 가격 상승률은 8월 4.9%(전년 동월 대비)에서 9월 4.2%로 떨어졌고, 신규주택 가격은 8월 1.6% 상승에서 9월엔 아예 3.5% 내림세로 돌아섰다.
3분기 들어선 세계 각국의 경기가 주춤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고 중국은 2009년 금융위기 때 이후 최저인 6.5% 성장(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16일 “글로벌 성장세가 역풍이 될 것이며 미국에도 파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내수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은 매출의 40%를 해외시장에서 거둔다. 이에 따라 해외 의존도가 큰 기업부터 주가가 꺾이고 있다.
미국 GDP 증가율은 2분기 4.2%(전기 대비 연율)에서 3분기 3.5%로 소폭 둔화했다. 여전히 잠재성장률(2%대 후반으로 추정)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4분기엔 2%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뉴욕연방은행의 경제예측모델 나우캐스트는 16일 4분기 성장률을 2.59%로 예측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15일 “미국의 성장률 둔화는 거의 확실하다”며 “침체 위험은 향후 2년간 거의 5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Fed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16일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으며 금리 인상 시 경제 데이터를 더 많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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