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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독대한 김광두 "소득주도성장 매몰 안돼" 苦言

입력: 2001- 01- 01- 오전 09:00
文대통령 독대한 김광두 "소득주도성장 매몰 안돼" 苦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2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위촉식’에서 김광두 부의장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경DB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한 시간가량 단독 면담했다. 김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일자리 등 경제지표가 악화된 데 우려를 나타내며 “소득주도성장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문 대통령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의장이 문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요청해둔 면담이 3개월여 만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줄곧 ‘쓴소리’를 해온 김 부의장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정책 방향 수정을 건의하는 고언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런 관측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독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소득주도성장에 매몰돼선 안 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김 부의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 활동 상황을 보고했고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말했다”며 “김 부의장이 ‘국민경제자문회의 회의를 곧 열 테니 대통령이 참석해달라’ ‘장하성 정책실장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주 방문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김 부의장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사람 중심 경제의 한 부분이다.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 중심 경제라고 하는 큰 틀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이 경제정책 방향 수정을 완곡하게 건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의장은 그동안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경기 진단을 놓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기재부가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경기는 회복 흐름”이라는 진단을 내놓자 김 부의장은 페이스북에 “(기재부 설명이) 믿어지지 않는다.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 초입 단계에 있다”고 썼다. 김 부총리가 “월별 통계를 갖고 (경기를)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반박하자 김 부의장은 “현재 눈에 보이는 통계적 현상은 경제가 구조적으로 잘못돼 가고 있는 상황의 결과”라고 되받아쳤다. 김 부의장은 이후에도 일자리 악화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인구구조 등의 이유를 언급하자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직 수행할까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 부의장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캠프에 뒤늦게 합류했다. “경제 분야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달라”는 당시 문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한다. 김 부의장은 캠프에 들어가 ‘사람 중심 경제’라는 개념을 만들고 ‘J노믹스(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자리에 그를 앉혔다. 의장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실상 김 부의장이 책임자다. 현 정부 초기에 “김 부의장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딱 한 번 열렸다. 작년 12월27일 개최된 뒤 8개월이 넘도록 두 번째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김 부의장과 현 정부의 ‘동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 부의장도 최근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대통령은 귀를 열어 다른 의견도 잘 듣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며 부의장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기 사흘 전 페이스북에 “Not every place you fit in is where you belong(당신이 소속된 곳이 잘 맞는 곳이 아닐 수도 있다)”며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설사 김 부의장이 사의를 밝힌다고 해도 문 대통령으로선 만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김 부의장의 역할이 당초 문 대통령의 당부처럼 ‘균형을 잡아주는 것’인데, 사퇴할 경우 ‘현 정부가 결국 반대 의견을 포용하지 못하고 내쳤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로선 김 부의장을 안고 가기가 껄끄럽고, 그렇다고 내치면 정권이 편협하다는 인상을 주는 부담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일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文대통령 "데이터 고속도로 뚫는다"… 전국에 빅데이터센터 1...다음달 5일 한·리비아 정상회담… 文 "피랍국민 석방 당부"김광두, 문대통령 면담… "소득주도성장 논쟁에 매몰돼선 안 돼"文대통령 "데이터경제에 1조 투자…정보규제 완화"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창출,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文 대통령 중폭 개각…교육 유은혜·여성 진선미 등 5개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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