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청소년문화사랑의 날’ 공연 홍보물을 보게 됐다. 그 자리에서 공연 관람 신청을 했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뮤지컬 공연 영상을 즐겨 봤고, 버스킹 관람도 즐겼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해 따로 보컬을 배우고 있다. 클래식 음악, 그것도 오케스트라 공연을 자발적으로 신청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클래식 공연은 평소 접해 보지 못한 장르여서 어색하고 낯설었다.
내겐 사실 아픈 부분이 있다. 선천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갑작스레 ‘소아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발견 당시 소아녹내장이 많이 진행돼 두 눈을 모두 수술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엔 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시야가 좁아진 상태로 지내야 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병을 앓게 됐는지 모르겠다. 완치되기 어렵다’는 절망적인 말까지 들었다. 화가 나고 속도 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이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됐다.
가끔씩 눈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면 친구들이 날 싫어하지는 않을지, 내 곁을 떠나지는 않을지 불안했고 그런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눈이 불편해진 이후 나는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됐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어디가 어디인지 잘 구별하지 못하고 헤매는 내 모습을 들킬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지 않으면 넘어지고 다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큰 공연장을 찾는 것은 감히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곡을 직접 듣기 위해 이번엔 큰 용기를 냈다. 무엇보다 내 마음속 또 다른 벽을 극복해보고 싶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 객석 가운데 있는 내 자리를 직접 찾아 앉아야만 했다. 남들에겐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내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담임 선생님은 나와 함께 공연장에 가주셨다. 선생님과 함께 관람했던 이번 공연은 내겐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됐다.
지휘자 해설이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면서 공연장은 어두워졌다. 난 곡을 듣기 위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흘러나왔다.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신기해 눈을 더 크게 뜨고 자세히 관찰하려 애를 썼다. 어느 순간부터 눈을 감고 연주를 감상하며 음악과 하나가 된 나를 보게 됐다.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많은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렸던 적은 처음이어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비록 눈은 불편하지만 내게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감미로운 연주소리가 멈추고 준비된 곡이 완전히 끝났을 때 난 옆자리에 있던 선생님과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날의 생생했던 기억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내게 현대차 정몽구 재단 청소년 문화사랑의 날 음악회는 ‘추운 겨울날 온기를 전하는 따스한 햇살’ 같은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나와 같은 청소년들을 위해 이런 의미 있는 공연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정다원(14·강릉 경포중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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