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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월31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전에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주요 쟁점이었다면 요즘은 이를 넘어선 사회적 요구가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국민연금도 이런 요구에 일정 부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30일 열렸던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에서 그런 움직임이 확인됐다.
이번 기금위 회의 핵심 안건은 단연 중기자산배분안이었다. 이는 향후 5년간의 대내외 경제 전망,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및 위험 등을 바탕으로 목표 수익률과 자산군별 목표 투자 비중을 명시하는 것이다.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방향과 함께 국내외 투자자산에 대한 세부 투자 비중을 공개하는 기금운용계획안은 600조원이 넘는 기금 운용 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외 시장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는 한다.
하지만 이날 기금위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두발언과 이후 발표된 보도자료에는 자산 배분에 따른 의결안보다 최근 사주 일가의 '갑질' 파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물론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주주로서의 의견은 피력할 수 있지만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조했다.
여론의 관심이 높은 현안에 기금위의 관심도 함께 쏠리면서 정작 중요한 기금 운용 전략은 다소 뒷전으로 물러난 듯하기까지 했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용 규정은 운용 원칙으로 수익성ㆍ안정성ㆍ공공성ㆍ유동성ㆍ운용 독립성 등 총 다섯 가지를 꼽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개혁은 시대가 요구하는 주요 과제다. 투명한 투자 의사 결정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크게 훼손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공적 기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체계적으로 적극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표는 국민연금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최대로 높이는 데 있다. 물론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도입이 수익성을 저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연금이 의뢰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책임투자가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실증 근거는 희박하고 전략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며 투자가치 증 대수단으로 책임투자 활용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책임투자 규모는 약 23조달러로 전 세계 투자 자산 중 약 26%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세계적인 추세로 이런 제도 도입으로 주주 이익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하지만 바람직한 제도 도입도 필요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필요조건은 이런 제도를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다.
현재 기금운용 인력에 대해서는 진작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큰 배를 이끄는 선장도 없고 선원도 부족하다. 작년 7%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둬 양호한 성적을 거둔 기금 운용 결과는 국내외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훈풍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기금 운용 수익을 창출할 인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등 공공성까지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가 전문성이나 능력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의 투자적 관점과 복지적 관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끌고 갈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다만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과 제도에 힘을 쏟아붓고 있지만 수익 창출을 위한 운용 인력이나 투자 전략 등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난 게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수익성과 공공성을 조화롭게 운용할 전문 인력들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또한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수급 구조 변화 등에 따른 운용 대책 등 기본적인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민연금 변화를 위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이는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