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의 과격 시위가 1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이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실물경기 한파와 함께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면서 IPO 계획을 보류하는 기업이 속출한 것.
뿐만 아니라 증시 밸류에이션이 미국의 반토막 아래로 추락, 정국 혼란과 사회적 동요가 홍콩의 금융 허브 위상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홍콩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IPO 금액은 상반기까지 89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른바 송환법 시위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이 급랭한 셈이다.
실제로 6월 한 달 사이에만 IPO 건수가 15건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고, 금액은 17억달러로 57% 줄어들었다.
지난 10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IPO 부문 전세계 1위에 랭크됐던 홍콩 증시가 정치권 리스크에 뭇매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전반의 한파도 두드러진다. 최근 1년 사이 홍콩 항셍지수는 20% 급락했고, 블루칩의 낙폭은 30~40%에 달했다.
과격 시위로 인해 국내외 기업들 수익성에 흠집이 발생한 한편 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홍콩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최근 10.46까지 하락, 약 3년래 최저치로 후퇴했다.
이는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 21.59의 절반 수준 그치는 동시에 미국과 무역 전쟁에 홍역을 치르는 상하이(13.46)와 선전(23.76) 증시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모턴증권의 조셉 통탕 회장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IPO 평균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20~25배에서 최근 12~15배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IPO 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홍콩 증시 입성을 미루기로 한 기업이 200개를 넘어섰다.
올들어 최대 규모의 IPO 기대를 모았던 주류 업체 안호이저 부지 인베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업체는 아시아 사업 부문을 홍콩 증시에 상장, 98억달러의 자본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기업 가치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치자 계획을 접었다.
최근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과격 시위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앞세워 홍콩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회적 동요가 악화될 경우 계획을 보류한 기업들이 해외 다른 증시 상장을 추진, 홍콩 금융시장의 입지가 더욱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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