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8월11일 (로이터) -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골드만삭스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시가총액을 합친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번 주 비트코인 가치는 3500달러를 상향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 더욱 규모가 적은 후발 가상화폐의 동반 상승을 유도했다. 이제 일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대한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 들어 매달 10여개의 새로운 가상화폐가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생겨나면서, 규제의 손길을 벗어난 가상화폐 시장이 전례없는 속도로 성장했다. 가상화폐는 공개되자마자 가치가 상승해, 재빨리 한 몫 잡으려는 투기세력들이 몰려들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초 모든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약 175억달러에 달했으며 그 중 비트코인이 90% 가까이 차지했다.
이제 규모는 약 1200억달러로 골드만삭스와 RBS의 시가총액을 합친 수준이 됐고, 이 중 비트코인의 비율은 46%로 줄었다.
지난주 비트코인에서 분리된 비트코인캐쉬는 매매가 시작된 지 24시간도 채 안 돼 시가총액이 120억달러를 넘어섰다.
핀테크에 주력하는 밸더튼캐피탈의 롭 모팻 파트너는 "허공에서 가치가 생기는 셈"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에는 펀더멘털이 전혀 없다. 모두 가상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한 매매를 위해 암호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암호화된 가상화폐'(cryptocurrency)는 은행이나 중앙은행을 거칠 필요 없이 개인 간 익명으로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화폐는 기록 보관 및 처리 시스템을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유지되는데, 이는 가상화폐를 복제하거나 한 번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하워드 막스는 가상화폐 시장을 21세기 초 닷컴 버블에 비유하며 가상화폐 시장도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근거 없는 열풍'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옹호자들은 올해의 열풍은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경우 210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유통될 수 없는 등 가상화폐 규모는 유한한 데다 가상화폐 시장을 뒷받침하는 기술 혁신으로 가상화폐의 가치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세계 3위 가상화폐인 리플코인의 시장책임자인 미구엘 바이아스는 "가상화폐 시장이 거품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이제 겨우 1루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 창공으로 질주
가치가 상하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모든 가상화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서로 연관관계가 매우 강력해, 서로가 서로에 의존하며 시장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유는 투자자 심리 때문이지만, ICO를 통해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스타트업들이 유동성이 더 뛰어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에테르('창공'이란 뜻)를 활용해 자본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테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에테르 가격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3000% 이상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약 280억달러에 달한다.
2009년에 발행된 비트코인은 첫 번째로 성공을 거둔 가상화폐이며 현재 시가총액이 540억달러 이상으로 여전히 가장 규모가 큰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225% 폭등했다. 2014년을 제외하고 2010년 이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 중 비트코인의 연간 상승폭을 능가한 화폐는 없었다.
비트코인 이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 가상화폐는 현재 842개로 신용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변동성이 심하고 상품 매매 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효용성이 없다며, 그저 투기적 거래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관에서 가상화폐를 수용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엔은 시리아 난민에게 기금을 분배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시험 사용했고, 영란은행의 시험 결제 시스템에서 리플도 화폐로서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쉬('질주'란 뜻), 모네로, Z캐쉬 등 보다 규모가 적은 가상화폐들은 비트코인보다도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실제 가치가 있는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온라인 기부금으로 Z캐쉬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 실시간 진화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규제 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 ICO를 통해 올해 초부터 폭발적으로 발행된 신규 토큰(token) 가상화폐들이다.
예를 들어, '쓸모없는 이더리움 토큰'(UEToken·Useless Ethereum Token)은 그야말로 ICO를 통해 발행된 가상화폐가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화폐인데도 불구하고 3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UEToken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 있다. "무가치, 무보안, 무상품. 돈을 날리기 위한 토큰 뿐."
밸더튼캐피탈의 모팻 파트너는 "현재 ICO를 통해 돈을 벌기가 매우 쉽다. 금광이라도 발견된 것 같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신규 가상화폐들의 가치가 제로로 추락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리서치업체 스미스+크라운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중순까지 ICO를 통해 약 11억달러의 자본이 모아졌다. 지난해 전체와 비교해도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ICO가 이처럼 급부상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일부 ICO 발행 가상화폐를 다른 증권과 똑같이 규제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는 새로 등장한 디지털 영역이며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회의론자들은 가상화폐들의 연관관계가 지나치게 강해 신규 가상화폐 가치가 추락하면 모든 가상화폐도 같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시장의 힘이 최고의 가상화폐만을 추려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플코인의 바이아스는 "가상화폐 중 일부는 물론 사라질 것이다. 실시간 진화를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고 말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