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자동차 부품사들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기저효과에 더해 ‘팰리세이드’ 등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부품사들 스스로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효과를 봤다.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에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매출·영업이익 늘어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중소형 자동차 부품사 68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총 3237억원으로 전년 4분기(1131억원)보다 186.2% 증가했다. 매출은 8조6205억원으로 11.8% 늘었다.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총합은 모두 지난해 1~4분기 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 부품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에 61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이 극도로 부진했던 까닭이다. 실적 악화로 차입금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부품사들은 줄지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정부도 3조원에 달하는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그랬던 자동차 부품사들의 실적이 개선조짐을 보이면서 증시에서는 부품주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신차 출시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며 부품사들의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개선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가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우하이텍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8% 증가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17.5% 올랐다. 엠에스오토텍은 올해 71.9% 상승했다. 5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13억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축전지를 생산하는 세방전지도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2% 늘면서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이밖에 삼성공조와 화승알앤에이, 엔브이에이치코리아가 흑자 전환했고 캐스텍코리아(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900.0% 증가), 인팩(804.1%), SG충방(589.7%), 현대공업(373.7%), 티피씨글로벌(261.1%), 인지컨트롤스(252.3%) 등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컸다.
○“미래차 관련 부품주 선별해야”
자동차 부품주의 반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지웅 이베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는데 현대차는 2.3%, 기아차는 6.7% 늘었다”며 “팰리세이드와 신형 산타페를 앞세운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2분기부터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이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우하이텍(0.27배), 세종공업(0.37배), 세방전지(0.64배), 지엠비코리아(0.70배) 등 상당수 부품주가 PBR 1배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자동차산업의 중심축이 내연기관에서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미래 자동차에도 부품을 공급할 업체 중심으로 타깃을 좁혀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지만 주가는 올 들어 9.3% 오른 에스엘이 대표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스엘은 작년 4분기 사상 최대 매출에도 미국 공장 품질 비용 증가로 적자 전환했다”며 “이 회사가 GM과 현대차 등에 공급하는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는 전력 소모를 줄여야 하는 전기차에 더욱 요긴하게 쓰이는 만큼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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