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4월17일 (로이터) - 작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글로벌 경제라는 바다를 휘저어 놓았다고 본다면, 조만간 글로벌 경제에는 쓰나미가 닥쳐올 가능성이 있다.
다음 주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마지막 주다. 프랑스 대선을 둘러싸고 의외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득세하고 있으며, 무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초반 기대를 모았던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스캔들로 당선에서 멀어졌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화는 극좌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급등해 그가 23일 1차 투표에서 르펜을 제치고 5월 7일 결선 투표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두 사람 모두 유로와 EU의 안정, 심지어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 중 한 사람의 당선은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의 프랑스 버전인 프렉시트(Frexit)는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TV 토론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것에 힘입어 멜랑숑의 지지율은 모멘텀을 얻었다. 11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무려 19%로 마크롱과는 4%포인트 이하의, 르펜과는 5%포인트 이하의 격차를 보였다. 1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멜랑숑의 지지율은 17%를 기록했다.
독일 은행 베렌버그는 전날 노트를 통해 "프랑스, 유럽, 금융시장에게 멜랑숑과 르펜의 결선 대결은 나쁜 것과 추한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여론조사에서는 전(前) 경제장관인 마크롱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주류 후보가 아닌 멜랑숑과 르펜의 당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프랑스 경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5년째 10% 부근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1.4%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28개 EU 회원국들 중 벨기에와 더불어 25위에 해당한다.
다른 데이터들도 경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컨설팅 업체 월드이코노믹스가 유로존 국가들 간 유로의 상대 가치를 조사한 결과, 독일과 프랑스의 유로 가치 차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 프랑스가 독일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약한 성장률에도, 소득 평등 면에서 프랑스는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잘 해나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2012년 프랑스 중간 소득은 1996년보다 약 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미국 중간 소득은 1996년보다 고작 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했던 유권자들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의 성난, 소외 받은 유권자들에게 이러한 경제 상황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불행 중 다행
한 가지 다행이라고 할만한 점은 프랑스의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기업들 사이에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4월 PMI(잠정치)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 번 제조, 서비스, 종합 PMI 모두 경기 확장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서비스 PMI의 호조가 두드러졌다.
로이터 설문조사에서는 4월 프랑스 서비스 및 제조업 PMI가 대선 관련 불확실성에 각각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 주 유로존과 독일 역시 4월 PMI를 발표할 것이다. 유로존 종합 PMI는 소폭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유로존 경제가 꾸준히 회복하고 있다는 견해가 강화될 것이다. 독일 제조업 PMI는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바깥에서는 영국 3월 소매 판매가 21일 발표될 예정으로, 브렉시트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소비자 심리가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는 17일과 20일 각각 발표될 4월 뉴욕연은 제조업지수와 4월 필라델피아연은 지수 그리고 18일에 나올 3월 산업생산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가 조심스럽게 긴축 사이클을 시작했음에도 미국 경제가 잘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산업 생산은 3월에 증가세를 나타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