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S 보고서, "정치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
*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줄어
* 미국 외 은행들의 달러화 자본조달 규모, 사상 최대치 경신
런던, 3월7일 (로이터) - 글로벌 투자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매입할 자산을 정할 때 더욱 선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진단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6일(현지시간) 공개한 분기 평가보고서에서 최근 수 년 간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쏠림현상(herd behavior)과 달리 최근 시장참여자들이 점차 투자할 자산, 지역, 부문을 조심해서 고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 경제국장은 "지난 분기에 정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들이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 열기가 높아지면서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달러와 국채 수익률도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보리오 국장은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거한 식사 뒤에 이를 소화 시킬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은 또다시 뒷전으로 물러났다 "고 설명했다.
BIS 보고서는 올해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의 선거를 앞두고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목했다.
프랑스와 독일 간 국채 스프레드가 확대됐으며, 유로존 국채 간 수익률 격차는 유로존에서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국채 수익률 상승과 달러 강세는 특히 신흥시장에 큰 위험을 드리우고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상당수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최근 몇 달 간 투심이 개선된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리오는 "신흥국들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전망, 달러 강세, 신흥국들이 보유한 외채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위협 사이에서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까지 6개월 동안 글로벌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척도인 미국 외 비금융 기업들의 미 달러 표기 채권 발행은 10조5000억달러로 이전에 비해 4200억달러 늘었다. 이 가운데 신흥국 발행이 3조6000억달러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은행들이 발행한 달러 채권이 전체 달러 채권 집계에 포함됐다.
9월 미국 외 은행들의 달러화 자본조달 규모는 9조달러로 새로운 사상 최대치를 작성했다. 연초에 비해 역외 달러 예금이 5310억달러 증가한 영향이 컸다.
신현송 BIS 경제고문 및 조사국장은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역외 달러 펀딩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