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총리, 다시 웃는 세상 만들자".
사전 정보가 없으면 "선거 홍보물인가" 싶은 문구다. 정 총리는 특유의 웃는 인상 덕분에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국무총리실이 30일 오전 기자단에 배포한 '자살예방대책' 보도자료의 제목이었다. 총리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민 정신건강에 뚜렷한 적신호가 드러남에 따라 현 상황의 엄중함을 되짚고 자살을 예방하고자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응답 비율은 13.8%로 지난 3월(9.7%)보다 크게 늘었다.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이렇듯 많은 국민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을 정 총리 개인의 이미지 홍보 기회로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했다. 실제로 기자단에서 "제목이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고 이후 수정 보도자료엔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
요즘 세종 관가에선 차기 대권 도전을 의식한 듯한 정 총리의 '광폭 행보'가 화제다. 크고 작은 정부 대책을 총리가 직접 발표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고, 지역 현장 방문도 잦아졌다. 지난 11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언행에 자숙하라"고 일갈하는 등 발언 강도도 세졌다. 지난 6일엔 대통령이나 두던 특별보좌관·자문위원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총리가 정식 직제를 만들어 특보 등 자리를 만든 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차기 대선 캠프'를 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행정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로서 역대 어느 총리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지휘하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 총리 '개인'의 욕심이 과하게 표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수'로 끝난 자살예방대책 보도자료 제목이 단적인 예다.
지난 16일부터 지하철 2호선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나온다. 방송엔 정 총리가 육성으로 "안녕하세요. 국무총리 정세균입니다.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인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모두가 건강해지는 세 가지 습관입니다. 함께 지켜주세요"라고 말한다. 총리가 지하철 안내 방송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가 이런 안내를 한다면 질병관리청 등 방역 전문가가 하는 게 맞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선거를 의식해 지하철에서 이름을 알린다", "지하철에서 대선 운동을 한다" 등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검찰의 산업통상자원부 수사 관련 행보는 "과욕이다"를 넘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11일 "검찰의 산업부 수사는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법 위반'에 대한 수사다. 정 총리는 법 위반 행위를 적극행정이라고 옹호한 셈이다.
25일엔 산업부를 방문해 "최근에 크게 마음 고생하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전진하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공개적으로 '피의자'를 감싼 것인데, 마땅히 해야 할 수사를 위축시키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총리는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어느 자리를 탐내기보다는 국민들로부터 ‘그래도 괜찮은 정치인이다’라는 평가를 받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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