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1월24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제한에 합의해 원유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을 촉진하고자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원유선물 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
11월 30일 총회에서 OPEC이 모종의 합의를 이뤄낼 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최근 수일 국제시장에서 원유선물 4개월물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 4개월물 가격은 지난 11월 14일 기록한 저점과 비교해 배럴당 5달러(10%) 이상 올랐다.
헤지펀드들이 지난 4주 동안 구축했던 숏(매도)포지션을 대규모 청산하면서 나타난 전형적인 숏커버링 랠리의 결과이다.
하지만 현물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물가격 곡선이 평평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물곡선은 여전히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상황을 가리키고 있으며, 트레이더들이 향후 6개월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물곡선의 모양은 통상 현물 생산, 소비 및 재고에 대한 원유 트레이더들의 기대와 긴밀히 연관돼있다.
과거 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 선물곡선 모양은 콘탱고에서 근원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상태로 전환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선물곡선에서는 재고 감소 기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4월 말 이후 콘탱코가 오히려 확대돼 왔지 축소되지는 않았다.
석유시장이 향후 수 개월 수급 균형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만연하면, 콘탱고는 확대되기 보다는 축소돼야 한다.
또한 만일 OPEC의 회담 결과가 수급 균형 회복을 촉진한다면, 콘탱고가 축소되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콘탱고는 확대된 상태에 머물며, 시장에서 과잉공급이 지속되고 조만간 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원유선물 6개월물 콘탱고는 9월 OPEC이 알제리에서 비공식 회담을 개최하고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던 당시(2.7달러 수준)에서 오히려 확대(3.9달러 수준)된 상황이다.
OPEC 관료, 원유 애널리스트, 헤지펀드들이 합의 도출과 관련해 '모 아니면 '도'식의 베팅을 했던 데 반해, OPEC의 산유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 시기를 한층 늦춰왔다.
이제 OPEC의 산유량은 9월 회의에서 제시한 산유량 목표인 일일 3250만~3300만배럴(bpd)를 64만~114만bpd 가량 웃돌고 있다.
시장의 수요를 웃도는 생산은 재고로 넘어가, 미래 재고 소진 시기를 한층 늦추고, OPEC은 시장의 과잉공급을 조절하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OPEC 협상가들은 산유량 쿼터 유지 시한을 6개월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시장의 재고를 의미 있게 끌어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OPEC은 이번 합의가 더 큰 규모의 감산을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하겠지만, 원유시장의 수급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추후 쿼터 유지 시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2017년 하반기까지 산유량 감축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만일 OPEC이 시장의 수급 전망을 의미있게 바꿀 만한 합의를 끌어낸다면, 선물가격 곡선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부분의 원유 트레이더들은 OPEC의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쪽에 베팅하고 있다. (존 캠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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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