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열흘 정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ISS가 연임 찬성 권고를 낸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도 찬반이 팽팽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건설)도 여론전에 적극 나서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특히 한진칼 지분을 2.9% 정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강성부 KCGI 대표(가운데)와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20 dlsgur9757@newspim.com |
17일 서스틴베스트는 '조원태 사내이사 후보 연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조 회장이 2018년 8월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비정상적 경영 행태에서 촉발했고, 이후 국토부 제재가 현재까지 이어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냈다. 반면 주주연합의 이사 후보에는 찬성했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을 자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 의견을 냈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주주연합 측의 이사 후보에 대해선 기권할 것을 권고했다. 결격 사유에 대해선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 연임 건에 찬성 의견을 보냈다. 마찬가지로 한진칼 이사회 추천 후보에 대해서도 찬성(5인) 의사를 밝혔다. 주주연합의 추천 후보에 대해선 김신배 후보만 찬성, 나머지(6인) 후보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나머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이번주 관련 권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안에 따라 의결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있다. 자문에 대해 구속력은 없으나, 해당 자문이 내부적으로도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국민연금 의결권 결정은 기업지배구조원 권고와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다만 이번 수탁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원태 VS 주주연합…'여론전' 막판 스퍼트
상황이 조원태 회장 측에 유리해지면서 주주연합은 막판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결권 있는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을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이 32.5% 정도, 주주연합이 32%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양측의 지분 격차는 박빙이다.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카카오는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날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도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의결권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 정도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카카오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주주연합은 또 조원태 대표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합계 224만1629주(약 3.8%)에 대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반격하듯 한진칼은 전날 금융감독원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와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반도건설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 목적을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는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 의결권 향방은 주총 당일쯤 돼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주요 자문사들이 조 회장 연임 쪽에 무게를 둔 만큼 찬성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에 대해서는 "굳이 조원태 회장 측에 설 명분이 없고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회사에 리스크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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