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대기업 패션 계열사들이 앞다퉈 화장품 업계에 진출하고 있다. 패션 단일 사업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뷰티업계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의 패션기업인 한섬이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한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한섬은 이번 달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섬은 1987년 설립돼 여성의류의 제조 판매업과 의료 도·소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 부문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상품 판매 아이템을 보강하려고 한다”며 사업목적 변경 취재에 대해 설명했다.
◆ LG 신세계 현대百, 앞다퉈 뷰티 시장 진출
또 신세계는 이날부터 2016년 선보인 화장품 전문점 ‘시코르’의 자체 상품(PB)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선보이며 글로벌로 도약한다.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보따리상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면세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LG패션에서 사명을 변경한 LF는 지난해 초 ‘화장품의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같은 해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를 출시했다.
SI는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인수해 화장품 시장에 본격 나섰고, 2016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화장품 제조 사업에도 진출했다.
실제 이들은 화장품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선제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선 LF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6.29%, SI는 4.39%를 기록했다. 반면 패션 단일 사업만 고수했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87% 수준에 그쳤다.
◆ "토종 브랜드숍 설 자리 줄어들 것"
유통 채널이 막강한 대기업을 비롯 계열사들이 뷰티시장에 나서면서 토종 브랜드숍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이 입점된 H&B(헬스앤뷰티)스토어를 찾으면서 단일 브랜드인 로드샵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체 몰, 면세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내를 비롯한 해외 수요까지 확장하고 있어서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장기간 불황을 겪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대응책에 나서고 있다”며 “성장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이 'K뷰티' 열풍 주역인 화장품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브랜드숍들이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내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H&B와 경쟁에서 밀리는데다 영업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들의 가세로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샤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89억5879만원의 영업손실과 116억9578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55억2243만원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설립 후 2010년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매출 기준 3위까지 성장했던 스킨푸드는 2014년부터 4년 연속 영업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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