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던 이슈지만 올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이슈를 꺼내들면서 어느 때보다 시장 안팎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도입 직전 보류된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 과세 강화안은 잊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위해선 외국인 양도세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현재 흐름은 ‘국내 투자자 양도세 확대-거래세 폐지’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사실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거나 오는 2024년까지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해 거래세로 정부가 거둬들인 금액은 약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세수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하다. 세법 개정시 뒤따르는 세수 감면을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최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증권거래세 폐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재부나 기존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증권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지난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작년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 기준 한 종목에 대한 보유 지분이 1%를 초과하거나 시가총액 15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돼 차액 발생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어 2020년 4월부턴 시가총액 기준이 10억원으로 낮아지고 2021년 4월에는 3억원까지 축소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과세 대상 지분 기준 강화를 통한 양도세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양도세 확대 시도는 정치권 및 시장 안팎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외국인 주주 정보 파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우려한 업계의 거센 반발 속에 올해 하반기 이후로 연기한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양도세 확대는 당사자인 외국인투자자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나 기관, 업계 모두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국가 간 조세조약 내용이 상이하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세액 산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증권가.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 |
최근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 또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거래세 폐지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양도세 확대를 재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입법 예고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도 구체적인 시행 시가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현실화 역시 실제 추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세수 감소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고 거래세만 없앨지, 아니면 주식 양도세로 전환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만큼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임희연 연구원은 “기재부 반응을 볼 때 증권거래세 인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주식양도소득세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중과세, 손실에 대한 과세 등이 연관돼 있어 주식양도소득세 강화는 증권거래세 인하가 선·후행돼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증권거래세 인하 논의가 불붙고 있다”면서도 “법안 통과와 실질 시행을 위해선 기재부와의 논의도 필요한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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