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월11일 (로이터) - 새해 들어 은행주가 급락한 원인은 뻔한 데 있을 수 있다. 1월 초부터 글로벌 은행주는 14% 하락하며, 전체 증시가 10% 내린 것에 비해 가파른 낙폭을 보였다. 유럽 은행주는 2월 8일 하루에만 무려 5.7% 하락했다. 은행들이 글로벌 성장 전망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가가 급락한 원인은 아주 뻔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중앙 은행들이 풍기는 나쁜 분위기다.
물론 다른 원인들도 있을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은 급락하는 데 관련 부문에 대한 은행들의 익스포저 규모가 불투명하다는 점, 그리고 국부 펀드들의 금융주 보유 현황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은행주 하락의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은행들은 석유와 가스 부문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밝히지 않았으나, 도이체방크는 유럽과 미국 은행들을 합쳐 4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우 큰 수치이지만, 이들 은행들은 대부분 투자 등급 기업들의 채권에 투자했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스, 석유 관련 기업들의 채권 가치가 4분의 1 하향 조정 돼도, 은행들은 장부에서 이들 채권 가치의 1.2%만 채워넣으면 된다고 도이체방크는 전했다.
은행 고유의 문재들도 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이 노보방코 채무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채권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떠안도록 하면서 유럽 은행 투자자들은 비슷한 손실을 입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실 대출이 많은 은행들에 대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이탈리아 은행주를 올해 33% 이상 끌어내렸다. 하지만 유럽 은행 투자자들이 모두 이런 이유로 자제력을 상실한 건 아니다. 마르키트 데이터에 따르면 후수위채권 신용 디폴트 스왑은 100bp 올랐지만 여전히 2013년과 비슷하며, 금융위기 시절 고점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은행 부도가 투자자들 사이 큰 우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부터 한가지 뚜렷한 변화가 있다.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들이 이제 예상보다 오래 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미 양적완화 모드에 있던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추가 완화를 약속하거나 추가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우와 같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린 국가에서 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있는 국가의 은행들도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 현상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격차를 반영하는 프리미엄은 지난 6개월간 25% 가까이 축소됐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인텐사 상파울로(Intesa sanpaolo)같은 소매금융 위주의 은행들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 은행의 경우 최근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 평균을 20% 상회하는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저금리 장기화가 은행 수익에 미치는영향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하면 이들 은행들의 주가는 한층 하락할 수 있다. (도미니크 엘리엇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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