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올 상반기 2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내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HMM, 대우조선해양 등 보유 중인 주식 평가 차익이 반영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조8000억원 급증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이 은행 실적을 ‘널뛰기’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 은행 영업 실적에 따르면 산은은 올 상반기 2조2000억원의 순이익(잠정치)을 냈다. 전년 동기(4000억원) 대비 1조8000억원 늘어났다. 이 기간 국내 은행 전체(19곳)의 순이익 증가분(4조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이익의 대부분은 영업이 아니라 지분 평가 차익에서 나왔다. 우선 HMM의 전환사채(CB) 전환권 행사에 따른 이익만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산은은 지난해 이 회사 전환사채를 취득한 뒤 지난 6월 주당 5000원에 주식으로 전환(지분율 24.96%)했다. 현재 주가가 4만원가량임을 감안하면 8배가량 평가 이익이 났다. 대우조선해양 주식 평가 이익(5000억원) 한국전력 배당수익(3000억원) 등도 이익을 보탰다.
역대 최고 실적이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산은 안팎의 얘기다. 보유 주식 움직임이 실적에 과도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도입된 IFRS는 지분법 평가 이익을 적용한다. 특정 회사 지분 보유 시 해당 기업 손익을 지분 보유분만큼 인식해야 한다. 또 회수 가능 가액을 추정해 이를 당기 순이익이나 순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회수 가능 가액을 사용가치(미래 현금 흐름을 할인한 현재 가치)와 순공정가치(지분의 시가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용 가치를 회계법인을 통해 따로 산정했지만, 이제는 더 큰 금액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회사라면 시장가를 기준으로 대부분 실적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주식의 평가이익으로 순익이 급증하고 법인세 비용도 미리 지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예상 밖 실적이 전체 은행권의 지표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11%로 전년 동기 대비 4.6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산은을 제외한 18개 은행 기준으로는 9.20%로, 이 기간 2.2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MM,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급락한다면 은행권 전체 실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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