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고 좋은 전략과 깊은 분석을 통한 성공사례도 많이 축적돼 있다. 기업 인수합병을 고려할 땐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비용편익분석, 기술적인 관점에서의 효용성 검토 외에도 고용관계의 승계, 거래관계의 이전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기업결합규제는 둘 이상의 기업이 기업결합을 통해서 하나의 관리체제 안에 통합됨으로써 시장집중을 초래하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거래금액 기반 결합 신고기준 신설돼
공정거래법 제11조 제1항은 ①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20%(상장법인은 15%)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②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20%(상장법인은 15%) 이상을 이미 소유한 자가 당해 회사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 ③ 대규모회사의 임직원이 다른 회사의 등기임원이 되는 경우, ④ 다른 회사와의 합병 또는 영업을 양수하는 경우, ⑤ 새로운 회사의 설립에 참여해 그 회사의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에 기업결합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 신고대상회사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의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회사를 말하고(시행령 제18조 제1항), 상대회사의 규모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를 말한다(시행령 제18조 제2항). 그리고 기업결합신고대상회사가 국내회사이고 상대회사가 외국회사인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그 외국회사의 국내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기업결합신고대상이 된다(시행령 제18조 제3항).
한편 공정거래법 제11조 제2항(2021년 12월 30일 시행)에서는 신고대상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가 위 기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제1항 제1호, 제2호, 제4호, 제5호에 해당하는 행위(다른 회사의 등기임원이 되는 경우를 제외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① 기업결합의 대가로 지급 또는 출자하는 가치의 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고, ② 타방회사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국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당한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공정위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는 'Killer Acquisition' 또는 '거래금액 기반 신고기준'이라 일컬어지고 있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시행령 제19조에서는 거래금액 기준을 6000억원으로 정하고 있고, '상당한 수준'의 활동에 대해선 ① 기업결합일이 속하는 월을 기준으로 직전 3년간 국내 시장에서 월 1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제공한 적이 있는 경우, ② 기업결합일이 속하는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직전 3년간 국내 연구시설 또는 연구인력을 계속 보유·활용해 왔고, 국내 연구시설·연구인력 또는 국내 연구활동 등에 대한 연간 지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적이 있었던 경우, ③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기업결합의 신고에 필요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장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현재는 매출액이 적거나 없는 회사에 대해 고액의 인수가격이 지급되는 경우 기업결합규제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페이스북과 왓츠앱의 기업결합 사례를 계기로 2017년 6월 기업결합규제 적용기준에 '교환가치 및 지역적 연계성에 따른 기준'을 추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쟁제한성이 의심됨에도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기업결합규제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는 위 공정거래법의 개정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시 경쟁제한성 유무가 핵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업결합 건수는 489건, 금액은 221조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건수는 65건(증가비율 15.3%), 금액은 72.4조원(증가비율 4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에 의한 결합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대기업집단에 의한 결합이 크게 증가(91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중에서도 비계열사간 결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집단이 PEF(사모펀드) 참여 등 재무적 투자나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업결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의 심사에서는 경쟁제한성 유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관련시장 내에서 단독효과 또는 협조효과를 유발하여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은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각 경쟁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을 말하는 '허핀달-허쉬만지수'(HHI·Herfindahl-Hirschman Index)도 활용하고 있다. HHI가 높을수록 시장의 집중도가 높게 되는데, 최근의 시장집중도의 변화추이를 고려해 최근의 시장집중도가 현저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을 경우에는 시장점유율이 상위인 사업자가 행하는 기업결합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수평형 기업결합에서는 결합당사 회사가 단독으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 경쟁자의 감소 등으로 인해 사업자간의 가격, 수량, 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조나 이행감시가 증가될 가능성이 주로 문제될 수 있다. 수직형 기업결합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의 구매선 또는 판매선을 봉쇄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진입을 봉쇄하는 것이 문제될 수 있다. 혼합형 기업결합에서는 이와 같은 가능성을 모두 포함해 잠재적 경쟁을 회피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제한 폐해보다 효율성 크면 결합 허용해야
다만 기업결합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에는 이와 같은 기업결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생산·판매·연구개발 등의 측면 및 고용증대, 지방경제발전, 연관산업의 발전 등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율성 증대효과가 우월한 경우에는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해야 한다.
기업결합에 대한 제재는 당해 행위의 금지,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 임원의 사임, 영업의 양도, 시정명령의 공표, 가격인상 또는 시장점유율의 제한, 기타 영업방식 또는 영업범위의 제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심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의 정도와 최근의 경쟁상황의 변화 추이 등과 함께 해외경쟁의 도입 가능성과 신규진입의 가능성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낮음을 신중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잠재적인 시장경쟁자의 사업참여나 수입물량의 증가 또는 수출물량의 내수전환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특히 연구개발성과 고용증대효과, 지역경제 및 연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 등 기업결합으로 얻을 수 있는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해외 경쟁당국의 동향을 파악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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