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QD 올레드 기반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주력 TV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치솟으면서, 삼성의 차세대 대형 패널인 퀀텀닷(QD)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TV 시장에서 LG, 소니 등과 경쟁하기 위해 점찍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QD 올레드는 삼성 TV 사업을 LCD에서 올레드 기반으로 전환할 신호탄 격인 제품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QD 올레드 패널의 양산용 시제품 생산을 마치고 중국 고객사에 넘겨 호환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고객사는 올 하반기 삼성 QD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TV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회사다.
QD 올레드는 백라이트가 빛을 내는 LCD와 달리 소자 하나하나가 낸 빛을 QD 화소가 받아 색을 재현하는 방식의 패널 기술이다. 청색 자발광 소재(퀀텀닷)를 주요 광원으로 하는 원리다. 색 재현력과 명암비가 뛰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으로 LCD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편 전 세계 TV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늘자 약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QD 올레드 패널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QD 올레드가 이 부회장이 직접 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신기술 개발을 언급한 뒤 나온 패널이어서 업계에선 '이재용TV'로 불린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올레드 패널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수율이다.
QD 올레드는 LCD 대비 제조 공정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2나노미터(2㎚, 1㎚는 10억분의 1m) 이하 크기의 청색 QD 소자를 증착하는 것부터 시작해, QD 프린팅,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백플레인(증착·패턴·식각 공정을 거쳐 TFT를 형성하는 기술) 등이 관건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의 QD 올레드 추가 투자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생산라인(Q1)에서의 수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생산공정이 워낙 어려워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과거 대형 올레드 패널 수율을 잡지 못해 생산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2013년 55인치 올레드 TV를 내놨지만 막상 생산해보니 수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패널 10장을 찍으면 7장은 폐기했다는 얘기다. LG도 대형 올레드 패널 양산 초기 수율 문제로 극심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2019년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 가동을 시작한 그해 1조3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전자가 수율을 잡기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콕 문화' 확산으로 가전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의 LCD TV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점유율 달성하며 16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여파에 가전 수요가 크게 늘자 삼성전자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5122만6000대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 점유율은 35%다.
업계 관계자는 "올레드로의 전환이 늦어져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 수세에 몰릴 뻔했던 삼성이 재택 근무 등의 확산으로 기존 LCD TV가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QD 올레드 TV 출시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차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수익성이 낮은 LCD TV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LG전자를 앞세운 올레드 진영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TV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