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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건 "이정훈 믿은 내가 바보"…vs 빗썸 "왜 강하게 항의 안했냐"

암호화폐 뉴스2021년 11월 25일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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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건

출처=셔터스톡.
"이정훈 전 의장이 약속을 안지켰다면 왜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느냐" (이 전 의장 측 변호인단)

“상장이 지연되는 상황이어서 (이 전 의장에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김병건 BK그룹 회장)

지난 23일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의장의 사기 혐의 2차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서관 3층 311호 법정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형사합의 34부(재판장 허선아) 주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병건 BK그룹 회장은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고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 전 의장이 빗썸코인(BXA)을 상장시켜주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이 전 의장을 기소한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이 전 의장 측 변호인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 당시에 거세게 항의하는 것이 순리인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며 김 회장을 추궁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 회장이 본인이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사건 당사자인 김 회장의 증언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만큼 변호인단은 혐의를 벗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졌고, 증인 심문이 과열되자 재판부가 “되도록이면 중요한 사항 위주로 물어보고 반복적인 질문으로 증인을 압박하지 말라”며 변호인단에 경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디센터는 이날 오전 10시부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진행된 2차 공판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뒤 주요 내용을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했다.

① 변호인단 “약속 안 지켰다면서 왜 강력히 항의 안했나" vs 김병건 “상장 지연돼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김병건 회장은 1차 공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일관된 주장을 폈다. 이 전 의장이 자신에게 '빗썸 인수 대금으로 2,500만 달러(약 297억 원)만 내면, 빗썸코인(BXA)을 빗썸코리아에 상장시켜 줄 테니 BXA 판매 대금으로 잔금을 내면 된다"는 취지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기업가치 2조원에 이르는 빗썸을 297억원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제안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좋은 조건이었고 이정훈으로부터 선택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당초 약속과 달리 BXA가 빗썸코리아에 상장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김 회장은 개인에게 할당된 BXA 25억 개를 팔아 빗썸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BXA 상장이 지연되면서 코인 판매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의장 측 변호인단은 이러한 김 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맞받아쳤다. 변호인단은 “이 전 의장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한 적 있냐”고 물었다. 이 전 의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거세게 항의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에게) 욕을 하고 협박하고 한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엔 상장이 지연되고 있었다”면서 "(나로선) 상장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정훈 전 의장에게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② 변호인단 “왜 백서도 나오지 않은 빗썸코인(BXA) 먼저 팔았냐” vs 김병건 “내 몫을 판 것…인수 대금 마련위해” 김 회장이 무상으로 받은 BXA 25억개의 성격도 관전 포인트였다. 그동안 김 회장은 계약서에 따라 무상으로 BXA 25억개를 개인 몫으로 할당 받았고, 이를 매도한 자금으로 빗썸 인수 자금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의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BXA를 무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김 회장이 백서도 나오지 않은 BXA를 미리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백서는 지난 2018년 12월에 나왔는데 김 회장이 그 전에 BXA를 팔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1차 계약금 만기일이 10월 중순이었다”며 “1차 계약금부터 코인(BXA) 판매 대금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정훈이 코인 판매해서 1,2차 계약금, 잔금 모두 지급하라고 직접 말했다”며 BXA 판매사실을 이 전 의장 측도 알고 있다고 맞섰다.

BXA 백서 중 일부./출처=BXA 백서.
이에 허선아 재판장은 “증인(김병건 회장) 보유분 판매하는 거 투자자들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내 보유분 파는 건 명시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무상 배정받은 코인이 아닌데 판매하고 있었다면 한 번이라도 이의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 2차 계약금 다 받고 나니까 갑자기 무상 배정 받은 거 아니니 코인 판매 대금 이미 지불했는데 두 번이나 달라고 얘기했다”며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③ 변호인단 “'BXA 상장 어렵다'는 것 알고 있지 않았냐' vs 김병건 “이정훈 말만 믿었다” 이 전 의장이 약속한 BXA의 빗썸코리아 상장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김 회장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 거리였다.

이 전 의장 측 변호인단은 ‘BXA의 상장이 힘들다는 걸 당시 정황상 김 회장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심문했다. 김 회장에게 상장이 무산된 시기를 인지한 시점을 반복적으로 물었다. 변호인단은 “2017년 경 당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해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거래소 폐지 언급 등 상황 잘 알고 있었냐”고 물었고, 김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ICO가 금지됐는데 BXA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걸 김 회장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농협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어 상장이 지연된다고 들었는데, 재계약이 완료됐다고 해서 상장이 진행되는 걸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은 김 회장에게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서 하고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정훈을 믿은 내가 바보였다”면서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이 전 의장의 사기 혐의 3차 공판은 오는 12월 10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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