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발행어음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표현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져 잔고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된 데 이어 올해도 투자운용 상의 어려움으로 증가세가 더딜 전망이다. 그럼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시장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증권사 간 경쟁보다는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 자체를 함께 키워 글로벌 IB에 견줄 수 있는 자금 조달력을 얻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2020.02.06 goeun@newspim.com |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 중에서도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3사(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향후에는 최근 증자로 몸집을 불린 하나금융투자가 4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편입될지 관심이 모인다.
발행어음 사업자가 순차적으로 추가되면서 잔고 증가세는 더뎌졌으나 증권사들은 '경쟁 격화'나 '시장 포화'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추가되면서 잔고 증가가 더뎌진게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와 운용상의 어려움이 주된 이유라는 것. 오히려 증권사 발행어음은 시장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이번에 하나금융투자까지 발행어음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때마다 경쟁 격화를 이야기하시는데 그렇지 않다"며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은 은행에 비해 굉장히 작고, 오히려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가 함께 시장 자체를 확대해나가야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발행어음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투자자 입장에서 단기 거치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로서는 매력적인 수준이다. 특히 100억~1000억에 달하는 대규모 금액을 짧은 기간물에 넣고 싶어하는 기관들에게서 수요가 있다. 증권사들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발행어음 잔고 증가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기관을 상대로 첫해만큼 경쟁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서지 않은 것. 다만 리테일에서 개인이 1억~2억을 맡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올해에는 우려가 더 추가됐다. 지난해 말 부동산 금융 규제로 당초 발행어음 운용에서 30%까지 가능했던 부동산 투자가 10%로 줄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초대형IB가 부동산보다 벤처기업에 자금조달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투자할 만한 벤처캐피탈을 찾아야 하는데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모험자본에 투자를 해야하니 운용 수익 면에서 부담이 커져 올해도 발행어음 증가세는 또 둔화될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선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어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황을 보고 들어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하나금융투자가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증자에 나선 것은 발행어음 사업자가 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익성보다 자금조달력을 보는 것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은 조달을 하더라도 투자운용처를 사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금리가 많이 낮아져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발행어음 발행이 둔화되고 있는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고수익 운용 투자처는 부동산에 주로 있는데, 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고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면서 발행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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