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용 8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다시는 다른 나라의 자비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나타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투자 요구는 물론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백악관 회의에 초청된 삼성전자는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압박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게 산업계 분석이다. “미국 경쟁력은 기업 투자에 달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외교적 수사를 배제한 채 ‘반도체 자급’을 위한 직설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는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반도체 투자를)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우리(미국)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서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미국 의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발언이 단순한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조2500억달러(약 2530조원) 규모 인프라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을 소개하며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를 드러냈다. 독일도 ‘반도체 전쟁’ 참전 선언반도체 패권 전쟁에 독일도 가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같은 날 열린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메세 2021)’에서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계획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럽의 반도체 ‘주권’을 연상케 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 공급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디지털 기술과 역량을 강화하고 중요 인프라의 원자재, 제품, 기술 분야에서 유럽이 독립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영섭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전 중소기업청장)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유럽이 기술 독립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에릭 쉬 화웨이 회장은 같은 날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에 부여한 규제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제재를 우려한 기업들이 반도체를 필요 이상을 사모으면서 수급난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압박받는 삼성전자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투자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170억달러(약 19조원)를 들여 미국에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방침을 정하고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연방정부의 현금 및 세제 지원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과 같은 경쟁사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점도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국 내 2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미래형 차량에 들어가는 AP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래형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AP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와 같은 기술력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만이 AP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김진원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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