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르노삼성자동차에 “노동조합 파업이 지속되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날리면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지난해 2월 공장 가동률 급감으로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악몽 재연되나
업계에선 ‘제2의 한국GM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본사의 신차 배정이 끊기면 르노삼성 부산공장 가동률이 50% 안팎 수준으로 떨어지고 협력업체는 곧바로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가동률 20~30% 상태로 3년 정도 버티다 결국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 사례가 되풀이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까지 흔들리면서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외 판매 부진에다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 환율 하락(원화 강세),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맞닥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업계는 수렁에 빠져든 상태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2조4222억원)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뒤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아자동차도 작년 영업이익률이 2.1%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3조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은 한국GM은 지난해에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상반기 못 버티면 퍼펙트 스톰 우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놓인 근본적 원인으로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꼽았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자동차업계가 환율 및 통상 문제 등까지 맞닥뜨리면서 빈사 지경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을 비롯한 상당수 국내 자동차회사는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당장 파업 위기에 놓여 있다.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31일 첫걸음을 떼자마자 두 회사 노조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작년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올 들어서까지 1년 내내 노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는 대부분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공장별로 생산 물량을 조정할 때조차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노조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는 ‘줄도산’ 공포에 휩싸인 지 오래다. 2년 가까이 공장 가동률 하락과 자금난을 견뎌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단체(회원사 250여 곳)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을 이끄는 신달석 이사장(디엠씨 회장)은 “올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부품사들이 올 상반기를 버티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을 맞을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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