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 명의 전국 조직을 갖추고 있는 국세청도 인력과 조직을 늘리고 있다. 지능화하는 탈세행위 적발률을 높이고 납세자 편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에 편승해 조직 규모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은 최근 ‘국세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을 바꿔 직원을 총 400명 가까이 충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확대된 근로·자녀 장려금 제도를 원활하게 집행하기 위한 현장인력 374명, 이달 초 신설한 빅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13명을 보강하고 있다.
근로·자녀 장려금은 일하는 저소득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올해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장려금 신청 대상자가 543만 가구로, 작년(307만 가구)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근로 장려금 대상이 516만 가구로 전년 대비 2.1배 늘었다.
일이 늘어난 만큼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빅데이터센터 설치 역시 맞춤형 신고안내 등 납세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 인력 재조정 방침에 따라 국세청 인력을 줄였던 것과 정반대 결과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추가로 해외 금융정보를 분석·활용하는 전문인력을 10명 안팎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국적 기업 등의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인천지방국세청을 개청하기도 했다. 인천청은 약 400명 규모의 지방청과 별도로 12개 세무서를 편제로 두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큰 조직이 하나 생기면 기존 직원들이 이동할 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인천청 개청은 국세청 직원들의 숙원이었다”고 전했다.
관세청 역시 서울세관 내에 외환조사 전담 조직인 조사2국을 신설했다. 밀수와 불법 외환거래를 좀 더 촘촘하게 단속하기 위해서다. 외환조사 업무 담당자는 종전 43명에서 62명으로 증가했다. 별도로 특송화물 담당 인력만 올 들어 30명 안팎 증원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몸집 불리기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한 번 늘린 조직과 인력을 다시 줄이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선 각종 조사·검사가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세청이 비정기 세무조사를 줄인다고 선언했지만 역으로 정기 세무조사는 늘어나는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 기업에 큰 힘을 발휘하는 부처 또는 기관 위주로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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