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예상 못한 결과는 아닙니다. 다만 감독당국으로 향후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법원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내린 행정 처분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금감원이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체면을 구긴 것을 넘어 감독당국으로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전날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함영주 하나은행 부회장 등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받아들였다.
지난 2월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DLF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3월 정례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과태료는 100억원 가량 줄었지만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와 업무 정지 제재는 그대로 유지됐다.
하나은행과 함 부회장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지난 1일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을 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6개월간 업무 정비는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소송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하나은행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은행의 사업과 활동, 임원들의 업무 내용, DLF 상품의 판매 방식과 위험성에 대한 소명 정도와 행정절차법에 따른 절차적 권리 보장 여부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며 "징계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은행은 신용 훼손과 신규사업 기회 상실 등 우려가 있고 함 부회장 등도 상당 기간 금융사 임원으로 취임이 불가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가처분신청 인용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법원은 지난 3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이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3월 말부터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금감원의 권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이 사실상 금감원 제재에 대해 '권한 밖'이라고 경고를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으로 금감원의 권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통제 부실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로 활용한 것 자체가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과거 감사원이 '포괄적인 규제로 제재하지 말라'고 지적했음에도 이번 DLF사태에서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렸다"며 "금감원 내부에서도 감독당국으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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