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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은 CEO 덕분?...예탁결제원 보수체계의 한계

입력: 2019- 06- 22- 오전 02:30
© Reuters.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 2016년말 취임한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2년 만에 예탁결제원 이익 규모를 30% 이상 끌어올렸다. 이 같은 실적 호조 속에 이 사장은 지난해 1억9000만원이 넘는 성과상여금을 수령하는 등 총 4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회사를 이끈 직원들의 연봉은 지난 3년간 평균 240만원 오르는데 그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예탁결제원]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이병래 사장이 지난해 수령한 급여 총액은 3억9944만2000원이다. 이는 3억3214만7000원을 받은 전년 대비 6700만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세부항목으로는 기본급과 성과에 따라 지급받는 성과상여금 모두 1년 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급은 1억9441만3000원에서 2억484만5000원으로, 기타 성과상여금은 1억3668만9000원에서 1억9441만3000원으로 확대됐다.

예탁결제원 사장 연봉이 3억9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1974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2014년 1억9926만3000원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다른 공공기관장들과 비교해도 직전 2년간 평균 4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던 한국투자공사(KIC)에 이어 전체 2위 기록이다.

이처럼 CEO 보수액이 크게 증가한 데는 최근 2년간 매출액 및 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6년 매출액 1795억원을 기록했던 예탁결제원은 2017년 1940억원, 지난해 2258억원으로 2년 만에 25.8% 성장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514억원에서 2017년과 2018년 각각 683억원, 832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평균 보수액은 이병래 사장 취임 이후 제 자리 걸음중이다.

2016년 1억918만5000원이던 예탁결제원 정규직(무기계약직 제외) 직원들의 1년 연봉은 2017년 1억1054만9000원, 2018년 1억116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보수총액 기준 241만5000원 상승하는데 그친 것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기본급 상승(2016년 5267만6000원→2018년 5498만2000원)에 따른 변화였다. 성과에 따라 분배되는 기타 성과상여금은 2016년 856만8000원에서 2018년 897만6000원으로 겨우 40만8000원 올랐다.

이처럼 성과급 규모가 상이한 이유는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 때문이라는 게 예탁결제원 측 설명이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사진=예탁결제원]
실제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라 실적을 평가해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다만 기타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의 경우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며 내부평가상여금, 포상금, 생산장려금 등 실적에 따라 기타 성과금을 차등 지급한다. 또 공공기관장 및 임원이 연봉총액에 비례하는 것과 달리 직원 성과급은 월급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임원들은 경영평가에 따라 연봉에 비례한 성과급을 받는다”며 “이병래 사장 역시 지난 2년간 실적 및 공공기관 평가가 좋아졌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이 영위하는 사업 특성상 CEO 한명이 전체 정규직 직원의 상여금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증권 예탁 및 매매 결제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예탁결제원은 예탁수수료를 비롯해 주식시장 거래대금의 일정금액을 떼는 증권사 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한다. 통상 주식 매매시 투자자들은 정부에 내는 증권거래세 외에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수수료를 낸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유관기관에 대한 수수료는 무조건 지불해야 한다.

증권사 수수료 및 예탁수수료 외에 전체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차중계수수료와 국제업무수수료, 펀드결제수수료 등이다. 일반적으로 CEO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수익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항목이 아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CEO가 바뀔 때마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임명되는 ‘낙하산’ 관행이 이런 비정상적인 보수체계를 만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고, 일정 연봉을 보장해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나마도 인선 때마다 공석 사태가 되풀이되면서 정권 교체 또는 인사 시즌마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부의 목소리 또한 꾸준히 제기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은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상회하며 국내 금융산업의 중심지 여의도에서도 손꼽히는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며 “다른 여타 증권사 직원들이 상시 고용 불안과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예탁결제원 CEO 연봉이 몇 년 새 2배나 올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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