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재무건전성 악화에 시달리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국내 항공업계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글로벌 유가, 달러/원 환율 상승 등으로 대외 영업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분기 각각 76%포인트, 246%포인트 증가했다.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도 큰 폭으로 늘어 에어부산(198%포인트), 진에어(106%포인트), 제주항공(91%포인트), 티웨이(131%포인트) 등을 기록했다.
1분기 항공업계의 부채비율 급증은 외부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 내부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달라진 회계처리 방식에 기인한다. 외화부채를 많이 차입해 운영하는 FSC의 경우 전자가,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대여)해 운용하는 LCC의 경우 후자의 영향이 크다.
외화차입금이 높은 FSC의 경우 달러/원 환율에 따라 평가이익 또는 평가손실이 나는 구조다. 부채를 시가평가하도록 규정한 IFRS에 따라 분기말 환율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 대비 상승한 환율은 고스란히 회사의 평가손실로 기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1분기 기준 외화차입금은 약 2조4363억원으로 약 147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 1406억원의 영업익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냈다.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은 56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 72억원의 영업익을 훌쩍 뛰어넘어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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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리스란 항공사가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매달 임차료를 내면서 빌려쓰는 방식을 가리킨다. 비싼 항공기를 당장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적고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대부분 LCC사들은 이를 선호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IFRS이 도입되면서 기존 비용으로 인식하던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 향후 달달이 지불해야 하는 돈을 미리 부채로 반영하도록 변경됐다. 매출이나 영업익이 변한 것이 아니라 단순 회계기준변경에 따른 것이니만큼 회사의 밸류에이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채비율이 상승하면 추후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 필요할 경우 이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대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쿠폰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리스의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일부 LCC들은 자금을 조달해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국제유가·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한편 2분기 여객수요도 좋지 않은 편이라 자금 조달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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