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컬럼비아, 사우스캐롤라이나, 2월22일 (로이터) – 미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했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네바다주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 트럼프와 정통 인사이더 클린턴은 11월8일 대선을 앞두고 소속 당의 후보 지명전에서 선두주자로써의 입지를 강화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큰 표차의 4위가 확정된 후 유세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아버지와 형에 이어 세 번째 부시 가문의 대통령을 노리던 그의 정치적 야망은 종말을 고했다.
부시는 감정에 북받쳐 "나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나타난 주민들의 표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3개 주 모두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에서 승리하고 3월1일 공화당 경선전이 벌어지는 13개 주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는 명실공히 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길로 접어 들었다. 이는 지난 해 여름 그의 대선출마 선언 당시에는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던 일이다.
전 공화당 후보 마이크 허커비의 고문 호건 기들리는 "현 시점에서 그의 낙마는 매우 힘든 일이 됐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부동산 사업가로 리얼리티TV 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트럼프(69)는 투표 마감 한 시간 후 자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자임을 선언했다. 그는 거침없는 연설에서 후보 수가 줄어들수록 반 트럼프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이라는 TV 평론가들의 말을 일축했다.
그는 "이들 천재들은 내가 사퇴하는 후보의 많은 표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비꼬았다.
트럼프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을 손쉽게 물리쳤다.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루비오와 크루즈는 각자 자신을 트럼프가 낙마할 경우 그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트럼프는 99% 개표 완료 상황에서 32.5% 득표로 루비오의 22.5%와 크루즈의 22.3%를 제쳤다.
트럼프는 이번 승리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 50명 중 최소 44명을 가져가게 됐다. 이로써 그는 3개주에서 총 61명의 대의원을 확보, 크루즈의 11명과 루비오의 10명을 앞섰다. 공화당 후보지명을 받기 위해서는 1,237명의 대의원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이틀 전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하면서 막판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들어 "그는 크리스천이 아니다"라고 공격했으며 그는 이에 퉁명스럽게 대꾸한 것.
전 국무장관 클린턴의 네바다주 코커스 승리는 그녀에게 미덥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주류 민주당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네바다에서 샌더스의 추격을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한때 두 자리수였던 클린턴과의 지지율 차이를 5%포인트 차이로 좁히면서 민주당 경선전이 길고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클린턴은 90% 개표 완료 상황에서 52.6%를 득표, 샌더스의 47.4%에 앞서 나갔다.
그녀는 네바다주 승리로 오는 27일로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그녀는 여론 조사 결과 흑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두자리 수 차이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는 3월1일 11개주 경선이 열리는 소위 ‘수퍼화요일(Super Tuesday)'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그는 "우리는 미 역사상 최대의 정치적 이변을 연출할 것"이라며 "바람은 우리 등 뒤에서 불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백인이 대부분인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에게 대승하고 아이오와에서 선전한 후 네바다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표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네바다의 흑인들은 76%:22%로 클린턴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흑인표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다른 남부 주에서 그의 고전을 예고하는 불길한 조짐이다. 반면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53:45로 샌더스를 더 지지했다. (루시아나 로페즈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