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미역국라면. 오뚜기 제공.
지난해 '갓뚜기(God+오뚜기·모범기업)' 열풍을 등에 업고 라면시장 점유율에서 1위 농심을 바짝 뒤쫓은 오뚜기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라면 1개를 공짜로 끼워 파는 이른바 '묶어 팔기'가 확대되면서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뚜기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955억원과 10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5%와 3.16%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2%와 9.70% 줄었다. 라면 성수기인 4분기도 치열한 경쟁에 따라 이익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뚜기의 진라면이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등에 업고 1위 농심 신라면의 점유율을 바짝 추격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진라면 점유율은 15.9%로 3년 전보다 5.0%포인트 증가하면서 신라면(16.4%)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미 컵라면 점유율은 11.4%로 신라면을 1.3%포인트 앞섰다.
또 지난해 9월 출시된 '쇠고기 미역국라면'이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개 팔리며 라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나온 '진짜 쫄면'도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비빔면 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전문가들은 오뚜기가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묶어 팔기'를 하면서 이익이 정체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4개 들이 라면에 1개를 공짜로 끼워 팔면 매출은 5개로 잡히지만 이익은 4개만 잡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여기에 1개를 더 보태 '진라면 5+1' 판촉 행사를 하면서 개당 700원짜리 제품을 사실상 400원대에 판매해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뚜기가 최근 몇 년 간 '묶음 판매'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며 "신제품의 경우 고가 정책을 써서 진라면에서 줄어드는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나온 쇠고기 미역국라면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개당 1300원에 판매돼 진라면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일각에서는 오뚜기가 함영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점유율이 확대된 것에 비해 이익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오뚜기 라면 제품들은 (주)오뚜기라면이 만들어 오뚜기에 납품하는 구조다. 오뚜기는 판매·유통만 한다.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은 6459억원으로 2017년보다 5.1%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89억원과 226억원으로 전년보다 9.7%와 11.15% 늘었다. 오뚜기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증가폭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율은 99.3%로 오뚜기로부터 일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오뚜기라면이 오뚜기를 통해 이익을 올리고 다시 배당을 통해 최대주주인 함영준 회장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사익편취로 대주주가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높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거래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배구조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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