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11월09일 (로이터) - 미국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의 트레이딩 활동이 지난 7월 이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8일(현지시간) 나타났다. 미국 셰일 시추업체들이 높은 유가를 이용해 원유 선물을 매도, 미래 생산분에 대한 가격 불확실성을 제거(헤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셰일오일 시추업체들의 트레이딩 활동이 증가하면서 WTI 거래량이 브렌트유 거래량을 앞질렀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WTI 선물의 미결제 약정이 지난 6월 말 이후 약 1/4 증가해 260만계약을 기록했다. 반면 브렌트유에 대한 미결제약정은 지난 몇 달간 횡보하며 250만계약을 소폭 상회했다.
스트롱 페트롤리엄의 오이스테인 베렌트센 이사는 "셰일업체들에 대해 롱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펀드들 뿐 아니라 헤지를 하고 있는 생산업체들도 브렌트유가 아닌 WTI를 헤지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 2014년과 2016년 사이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셰일 생산이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이 나타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도 산유량을 사상 최대치로 늘린 결과였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셰일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맞춰 공격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개선했다.
WTI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1/3이상 상승함에 따라 셰일 생산업체들이 원유 선물을 매도함으로서 이익 실현에 나섰다. 이는 헤징으로 알려진 트레이딩 전략이다.
헤지펀드들도 유가 상승 전망에 원유 선물에 대한 롱 포지션을 늘렸다. 하지만 미국의 헤징이 높은 수준에서 계속될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존재한다.
헤징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원유 선물 곡선이 콘탱고(원월물 가격이 현물 또는 근월물 가격보다 높은 경우)를 나타내야 한다. 선물 곡선이 백워데이션(현물 또는 현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보다 높은 경우)인 때에는 향후 생산을 헤징하는 것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
현재 상태에서 브렌트유 6개월물까지 선물 곡선에서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WTI 근월물 곡선에서는 여전히 약간의 콘탱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JTD 에너지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이사는 "WTI 선물 곡선이 평탄해져 약간 콘탱고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콘탱고는 헤징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태이며 브렌트유가 계속 백워데이션 상태를 나타낼 경우 헤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