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10일 (로이터) - 헌법재판소가 10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면서 뇌물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적용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뇌물죄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결정문에 따르면 헌재는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과 모금행위가 피청구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뇌물죄와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결정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을 통해 기업들로 하여금 미르에 486억원, 케이스포츠에 288억원을 출연하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법인 설립 전에 7개 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하면서 주요그룹의 당면 현안자료를 제출받았고 대기업이 재단법인에 출연금 납부 시기를 전후해 대기업의 당면 현안을 비롯해 기업에 유리한 조치를 다수 시행했다고 헌재는 봤다.
안종범으로부터 출연요청을 받은 기업들은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ㆍ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출연금 명목으로 이들 두 재단에 돈을 납부했다고 결정문은 밝혔다.
헌재는 롯데 6개 계열사로 하여금 케이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하도록 한 것도 특가법상 뇌물죄와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이 케이스포츠가 주도해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기업으로 하여금 케이스포츠에 지원하도록 하고 시설건립 등의 사업을 그가 설립한 더블루케이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득하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신 회장과 단독면담을 가진 뒤 안종범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롯데는 회장 지시에 따라 계열사를 동원해 케이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헌재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움직여 최 씨와 친분이 있는 문 모 씨의 남편인 이 모 씨가 경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에 현대자동차가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주고 이 씨로부터 5162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도 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헌재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이른바 재산공동체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법원 판례가 재산공동체를 좁게 해석하고 있어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를 적용할 때 논란이 있어왔다.
재산공동체란 기업 등이 뇌물을 박 전 대통령에 주지않고 최씨에게 준 것을 뇌물죄를 적용하기위해 특검이 끌어다 쓴 개념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양벌죄인 뇌물죄의 특성상 뇌물을 준 기업도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어 향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창호 기자; 편집 전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