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낮춰왔지만 순이익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부업’인 대출을 늘린 결과이며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충격은 올해부터 본격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5194억원. 2017년 순이익 9138억원과 비교하면 43%가량 줄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2017년이나 2018년 순이익 규모는 비슷하다. 2017년 순이익 중에는 충당금 변경, 주식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순이익이 4618억원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순이익 중에선 일회성 요인이 400억원가량이다. 신한카드는 이 같은 요인을 제외하고 2017년과 2018년 순이익을 비교하면 2.8%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삼성카드도 신한카드와 비슷하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453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는 오히려 순이익이 늘었다. 하나카드는 2017년보다 0.3% 증가한 106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292억원으로, 2017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다만 KB국민카드는 캠코 지분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됐다.
카드사들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왔다. 2017년 8월엔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돼 실질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됐다. 또 지난해 8월엔 수수료 상한선이 2.5%에서 2.3%로 낮아져 수수료 수입이 줄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정책 변경 등의 여파로 줄어든 이익만 18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의 총이익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은 대출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대출자산은 8조2620억원으로, 2017년 말 7조8644억원보다 5% 넘게 늘었다. 삼성카드의 대출자산도 2017년 말 5조3736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6960억원으로 6%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익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사업은 이제 적자를 면하면 다행인 수준이며 대출로 먹고사는 형편”이라고 했다.
카드사들은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 추산대로 추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매출 손실이 연간 8000억원에 이르는데, 카드대출을 아무리 늘려도 이를 만회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1월 말 시행된 추가 수수료 인하 여파로 올해 큰 고비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순이익(대손충당금 적립 후)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2조2000억원에 달했던 카드사 순이익(8개 전업 카드사 기준)은 2015년 2조원, 2016년 1조8000억원,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줄어드는 카드사 순이익 규모가 올해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엔 5000억원, 2021년엔 3000억원으로 3년간 총 1조5000억원 상당의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인력 구조조정 검토 등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상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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