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4일.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 부회장(현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현대차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시작을 알렸다. 1967년 창립 이후 줄곧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를 사용해 온 현대차의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제네시스는 세계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제네시스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에 버금가는 고급차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디자인부터 엔진, 안전 사양까지 원점에서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다. 고비도 있었다.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려 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현대차는 독립된 브랜드가 아니라 1세대 제네시스를 선보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15년 브랜드를 독립할 때까지 11년이 걸렸다.
출범 3주년을 맞은 제네시스는 3년간 판매량을 꾸준히 늘렸다. 2015년 555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5만8916대, 2017년 7만8889대를 팔았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보다 6.1% 늘어난 6만8522대를 판매했다. 올해 판매량은 8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출범 이후 3년간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0만6882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내년을 ‘제네시스 도약의 해’로 삼았다. 이달 제네시스 대표 모델인 EQ900(수출명 G90)의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명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G90으로 통일한다.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더 이상 에쿠스를 연상시키는 EQ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G80의 완전변경 모델도 내년 하반기에 내놓는다.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GV80의 개발도 서둘러 내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께 중국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독일 등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SUV 2종과 스포츠쿠페 1종 등 3종의 제네시스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G70을 선보이며 1단계 목표인 세단 라인업을 완성한 데 이어 2단계 목표인 SUV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이후에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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